[마켓인]'M&A 자금은 우리가 낼게요'..두드러지는 롯데 스타일
PEF 조성 펀드 주요 투자자 참여 '전략'
PEF간 관계 증진에 재매각 유리한 구조
'직접 인수보다 안전한 투자 전략' 분석도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이 정도면 그룹 스타일이라 봐도 무방하다.”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롯데그룹의 행보를 두고 자본시장 안팎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최근 이뤄진 M&A에서 직접 인수 대신 새 주인에 오른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인수를 위해 조성한 펀드에 앵커(핵심) 투자자로 참여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어서다.
주도적인 지분 인수로 배당 등의 수익률 확보는 물론 향후 경영권 재매각 때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혹시 모를 업황 변화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직접 인수와 비교해 안전하게 접근하려는 M&A 스타일이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023530)은 지난 10일 IMM 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한샘(009240) 지분 인수를 위한 펀드 참여를 확정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 9일 열린 이사회에서 해당 PEF에 2995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의하고 IMM PE에 확약서를 제출했다.
LX하우시스(108670) 등 복수의 대기업들이 투자 참여를 타진하던 경쟁 구도 속에서 롯데쇼핑이 앵커 투자자 자리를 꿰찬 것이다. 시장 분위기를 점검하는 한편 경쟁사들에 맞먹는 투자를 유치했다는 점에서 롯데나 IMM PE 모두 우려를 덜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샘 투자에 대한 경쟁 구도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투자 집행 리스크를 털어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눈여겨볼 점은 최근 두드러지는 롯데그룹의 M&A 접근 방식이다. 신세계(004170)나 SK(034730)그룹이 보이는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방식 대신 PEF 운용사들의 인수 펀드에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는 ‘간접적’ 내지는 ‘우회적’인 투자 방식에 주력하고 있다.
시계를 연초로 돌려보자. 롯데쇼핑은 지난 3월 유진자산운용과 NH투자증권-오퍼스 프라이빗에쿼티(PE)가 중고나라 지분 95%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로 참여했다. 전체 거래 금액 약 1150억원 가운데 롯데쇼핑이 약 3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며 메인 투자자로 올라섰다.
지난해 7월에는 롯데정밀화학(004000)이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336370))를 인수한 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가 조성한 ‘스카이스크래퍼 롱텀 스트래티직 사모투자 합자회사’에 2900억원을 투자했다. 스카이레이크가 당시 솔루스첨단소재 지분 53%를 6986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점을 고려하면 40% 넘는 지분을 확보한 셈이다.
‘모험보다 안정’…향후 직접 인수 나설지 관심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추구하는 M&A 스타일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련의 투자건 모두 운용은 인수를 주도한 PEF들이 맡고 롯데그룹은 주요 출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PEF 운용사들의 인수 다음 관문인 자금 문제를 해결해 주면서 배당 등의 수익률을 꾸준히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한 것이다.
PEF 운용사 간 관계 조성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룹에 중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매물에 대한 협업이나 리서치에도 이러한 관계는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다시 팔아 수익을 올려야 하는 PEF 운용사들의 특성상 재매각 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20~40%의 지분을 확보한 주요 투자자 입장에서 향후 경영 활동을 통해 인수 의지를 굳혔을 경우 잔여 지분만 사들이면 되는 구조다 보니 과정이나 금액 면에서 한결 수월할 수 있다.
반대로 보면 생각했던 흐름이나 업황을 확인하지 못할 경우 사들인 지분을 털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인수 주체가 아니다 보니 향후 받을 재매각 부담감을 최소화 하겠다는 것이다.
관심은 롯데그룹이 향후 주도적인 바이아웃 딜에 나서느냐에 쏠린다. 롯데그룹이 주도한 빅딜은 지난 2016년 롯데케미칼의 삼성그룹 화학부문 인수가 마지막이다. 당시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을 통해 삼성SDI 화학사업부분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을 총 3조 원에 인수했다. 롯데그룹은 이후 2019년 양극재 분야 글로벌 선두 업체인 히타치케미칼과 올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신사업 발굴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투자 여력은 충분한 만큼 추가 M&A 가능성이 작지 않다”면서도 “현재 투자 분위기로 봤을 때 빅딜을 주도하기 보다 현재의 투자 스타일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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