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72] '로또 1등 당첨돼도 회사 계속 다니실 거예요?'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1. 9. 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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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시기여서인지 다양한 비즈니스 관련 고민을 접하고 있다. 예를 들면, 힘들게 회사를 키웠는데 좋은 조건의 인수 제안이 왔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어 팔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이게 맞나’ 하는 감정이 동시에 생겨 갈등이 된다는 것이다.

‘막상 팔면 마음이 허전해져 정체성 고민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더니, 자신도 ‘팔고 나면 명함이 없어져 좀 황당할 것 같다’고 답을 한다. 실제로 회사를 정리하면 즐겁게 놀며 편할 것 같았는데 허전함이 찾아와 다시 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거면 그냥 회사를 운영할걸 다시 하려니 몇 배는 힘들다는 하소연도 듣곤 한다.

세대 불문, 요즘 자주 등장하는 고민 상담의 키워드 중의 하나가 ‘경제적 자유’이다.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의 유행은 수그러들고, 빠른 경제적 독립을 목표로 하는 라이프 스타일로의 변화가 느껴진다. 경제적 자유를 목표로 전문가도 놀랄 만큼 지식을 습득하며 최소한의 생활비를 빼고는 투자에 몰입하는 이들의 진지한 고민을 접하고 있다.

와튼 스쿨에서 작년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수입이 증가할수록 삶에 대한 주관적 만족감이 증가했다고 한다. 특정 수입 이상을 넘어서면 행복감 증가가 뚜렷하지 않다는 과거 연구와 대비되는 결과이다. 저자는 경제적 자유가 내 삶에 대한 통제력을 증가시키는 점이 만족감 증가를 설명하는 한 이유는 아닐지 추론했다. 예를 들면 팬데믹 상황에서 직장을 잃었을 때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자기가 원치 않는 회사라도 취직할 상황에 몰리니 삶의 만족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돈이 행복에 부분적으로 긍정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돈을 번 사람은 비즈니스 스트레스가 컸고, 또 ‘돈=행복’의 공식을 품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덜 행복했다며, 자신의 연구 결과가 돈에 더 집중하라는 메시지로 전달되기는 원치 않는다고 했다. 돈이 일의 동기 부여 요소를 넘어 목적이 되면 오히려 삶의 만족감이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우스개로 ‘오늘 로또 일등 당첨돼도 회사 계속 다닐 거냐’란 질문을 종종 던진다. 주변에 상사가 있는 경우 눈치를 보다 다닐 거라 말하는 이도 있지만, 대체로 확 그만두겠다는 답이 많다. 세상의 모든 이에게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다들 일에 대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을 거라 추측한다.

이렇게 일은 힘들지만 경제적 이득을 넘어 내 존재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실제 인생 후반기에 경제적 이득은 없어도 일로 느껴지는 활동이 존재하는 경우 마음과 몸이 더 건강하고 장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이란 녀석에 참, 양면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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