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독일 백작이 가족 행사에 닳아빠진 양복 입는 이유

곽아람 기자 2021. 9. 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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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존중하고 지지하며 함께 걷고 있는 노인과 젊은이.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는“누군가를 훈계하는 일은 절대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최선의 방법은 그저 솔선수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어른’이라 자처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진정한 ‘어른’은 보기 드문 시대, 어른의 품격을 논하는 책이 나왔습니다. 몰락한 독일 귀족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52) 백작이 쓴 ‘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추수밭)입니다.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가 쓴 '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

쇤부르크는 중세 ‘기사도’의 덕목에서 어른의 품위를 찾자고 제안하며 친절, 용기, 절제, 권위 등 27가지 기사도 덕목을 다듬어 내놓습니다. 쇤부르크는 2005년 낸 ‘폰 쇤부르크 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이 독일에서만 30만부 넘게 팔리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죠. 기자, 잡지 편집장 등을 역임했으며, 아내는 엘리자베스 영국 여황의 종손녀라고 하네요.

딱딱하고 지루할 것 같지만 의외로 흥미롭게 책장이 넘어가는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절제’라는 덕목이었습니다. ‘절제’란 ‘자발적인 단념’으로 ‘원한다면 얼마든지 달리 행동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유럽 귀족들은 절제를 올림픽 경기라도 하듯 경쟁한다고 합니다. 쇤부르크는 책에서 “누가 봐도 공작처럼 말끔히 빼 입은 남자는 절대로 귀족이 아닐 것”이라면서 “나는 가족 파티에 갈 때는 우아하지만 닳아빠진 양복을 꼭 챙긴다. 우리 가족 사이에서는 ‘그거 새 옷이냐?’는 말이 꽤나 못마땅하다는 말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자유 방임은 가라… 시대는 ‘품격있는 어른’을 원한다

사 놓고 읽지 않은 책들이 거실 바닥에 자그마한 언덕을 이루었습니다. 버리자니 아깝고, 두자니 공간이 없어 고민하는 걸 본 친구가 말하더군요. “책이 차지하고 있는 바닥 면적이 집값 대비 얼마짜리인지를 계산해 책값과 비교해 보면 당장 책을 버리고 싶어질걸.”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당장 박스를 꺼내 샀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있던 책, 수년간 손이 가지 않던 책 등을 골라내기 시작했죠.

곤도 마리에가 쓴 '정리의 힘'. /웅진지식하우스.

‘정리의 신(神)’으로 불리는 일본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는 저서 ‘정리의 힘’(웅진지식하우스)에서 “물건을 바닥에 쌓아놓고 하나 하나 손으로 만져본 후 설레지 않는 물건엔 ‘그간 고마웠어’ 인사하고 기분 좋게 헤어지라”고 조언합니다. ‘언젠가’ 읽으려고 갖고 있는 책도 과감히 버리라고 말하죠. 예전에 그를 인터뷰하면서 “책을 버리면 꼭 읽을 일이 생기더라”고 했더니 “그러니 잘 남겨야 한다. 만졌을 때 설레는 책, 책장에 꽂힌 것만 봐도 ‘행복하다’ 느껴지는 책만 남겨두면 버린 책을 다시 사는 일도 줄어들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책에서 설렘을 느끼는 저 같은 사람은 ‘만지고 느끼는’ 여지 같은 걸 주지 않고 눈 딱 감고 막 버리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더군요.

MZ세대 후배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원룸에 사는지라 책 둘 공간이 넉넉하지 않은 그는 일단 읽은 책은 중고서점에 바로 팔아버리는 걸 원칙으로 한답니다. 출간된지 오래될수록 매입가가 떨어지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고 있어! 빨리 읽어야 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구입 즉시 읽게 된다는군요. 책, 쌓아만 놓지 않기 위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나요?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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