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쿼드 가입? 호주 "다른 협의 채널 있다" 회의적 반응

2021. 9. 1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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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대해서는 "한국과 안보 주권 관점 일치, 군사 협력 증강"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미국 주도의 기밀 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소속 국가인 호주가 한국의 참여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또 비공식적인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확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13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제5차 한·호주 외교·국방(2+2) 장관회의'에 참석한 마리스 페인 호주 외교장관은 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파이브아이즈에 한국이 참여하는 등 확대 필요성이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 "파이브아이즈의 경우 전통적으로 오래된 국가들의 모임이자 정보 공유를 위한 그룹이다. 필요한 경우에는 공동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면서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 역시 신중한 대응을 보였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미 의회에서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시기적으로나 내용 면에서 적절치 않다고 보고 있다"며 "다만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해당 국가들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오늘 호주와 사이버 분야의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페인 외교장관은 파이브아이즈와는 달리 쿼드의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쿼드는 호주와 미국, 인도, 일본이 참여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협의체로, 한국 등으로 가입 국가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는데, 여기에 대해 회의적 태도를 내비쳤다.

페인 장관은 "쿼드 확대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며 "호주와 한국은 양자 간 관계도 있고 2+2 회담(외교‧국방 장관 회담)을 통해 역내 이슈의 효율적인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해 한국의 쿼드 가입 필요성이 높지 않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이어 "전략적 파트너십도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고 믹타(MIKTA, 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터키‧호주 간 국가협의체)도 있으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EAS(동아시아정상회의),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 등 다양한 협의체들이 주요 채널로 이미 구성돼있다"고 말해 한국의 쿼드 가입이 불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정의용 장관은 "쿼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어떠한 지역 협력 구상이라도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포용적이라면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쿼드에 대해 가입‧비가입이라는 이분법적 접근보다는 (해당 국가와) 필요한 분야에서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 세 번째)과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13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한-호주 외교·국방장관 2+2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호주 피터 더튼 국방장관, 마리스 페인 외교장관, 정의용 장관, 서욱 장관 ⓒ연합뉴스

한-호주, 중국에 공동 대응해야

방한에 앞서 "중국 관료들의 수사가 호전적이고 강압적이다. 독일 나치를 연상케 한다"며 중국에 대해 날을 세웠던 피터 더튼 호주 국방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중국 관련 사안도 의제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 호주는 민주주의 국가다. 안보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번영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있다. 한국과 호주에게 중국은 중요한 요소이고 하나의 회담 주제로 논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튼 장관은 "호주는 직접적으로 중국에 대항해 오면서 중국 행동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안보 주권을 지킨다는 것을 공유하고 있다. 저희의 관점을 일치한다"고 말해 한국과 호주가 중국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오늘 회담 결과 앞으로 저희가 함께 할 일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한국과 호주 양자 간 군사 협력을 증강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1, 12일에 실시된 북한의 장거리 순항 미사일 발사와 영변 핵 시설 재가동 등 최근 북한의 행보와 관련, 한국과 호주는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의용 장관은 "북한의 핵 일부 활동 재개 및 지난 3월에 이어 6개월 만에 다시 순항 미사일을 발사한 것 등은 이 문제를 극복하고 해결하기 위한 북한과 대화 및 관여, 외교적 대응이 시급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호주는 그동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일관되게 지지해 준 매우 가까운 우방국"이라며 "이번 회담에서도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폭넓게 공유했으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개를 위한 양국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페일 장관 역시 "오늘 있었던 북한 미사일 발사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한국 정부의 남북 교류‧협력 정책을 지지하며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는 대화를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도 동시에 이를 지지하고 있다"며 "남북의 대화, 미국과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지난 2013년 7월 1차 회의를 시작으로 격년으로 개최되고 있는 한·호주 외교·국방(2+2) 장관회의를 2023년 호주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호주의 외교‧국방 장관들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우방국 및 전략적 파트너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인도를 방문한 뒤 방한했으며, 이날 회담 이후에는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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