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백의자유롭게세상보기] 그린, 스마트, 미래가 배척되는 이상한 사회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논란
선한 취지에도 학부모 불신
이제라도 소통·보완 나서야
요즘 10살 이상 차이 나는 동료들과 일하다 보니 대화를 나눌 때 ‘라떼족’으로 보이지 않도록 스스로 살펴본다. 하지만 학교 다닐 때의 경험을 얘기해주면 세대 차이가 존재함을 깨닫곤 한다. 다음은 필자가 초등학교 시절 경험한 이야기이다.
첫째, 정책집행 시점의 문제이다. 현 정부의 정책을 보면 선한 의지를 갖추더라도 시행 타이밍이 잘못돼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이 대표적 예이다. 부동산 값을 안정시키려면 공급을 늘리겠다는 시그널을 먼저 시장에 준 다음 수요를 잡는 정책을 시행해야 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부동산 수요를 줄이는 정책부터 시행하다 보니 일단은 내 살 집을 장만해야 한다는 위기감에 잠재 수요가 분출됐다. 그 결과로 부랴부랴 공급을 늘린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은 폭등해 버렸다. 미래학교도 마찬가지이다. 교육이 백년지대계라 하더라도 정권 말기에 대규모 건설사업을 시작하는데 이 사업이 일관성 있게 진행되리라 순진하게 믿을 학부모는 많지 않다. 혹시라도 이 사업이 정권 교체기에 표류하게 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대상은 자신의 자녀이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더욱 의심의 눈초리로 이 사업을 바라보게 된다. 따라서 정권 초기에 미래학교 계획을 세우고 점진적으로 추진하며 우선 구체적 성과를 보였어야 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학부모와 소통했다면 지금과 같은 반대는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 리더의 도덕성과 능력 부재이다. 서울시가 대표적인 예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현재 공수처의 1호 사건의 대상자인 동시에 검찰에 공소 제기가 요구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물론 본인은 결백함을 주장하지만 현 정권이 심혈을 기울여 출범시킨 공수처에서 제기한 문제라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 당국 리더의 도덕성에 대한 의구심은 사업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진다.
유은혜 장관도 예외는 아니다. 교육부는 자사고 취소 소송 10전 10패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자사고의 효용성에 대한 논의는 뒤로하더라도 이렇게 무리한 정책의 추진이 어떻게 귀결되는지 학부모들은 목격했다. 따라서 미래학교가 앞으로 원만하게 추진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에 학부모들은 미래학교 사업에 반대하게 됐다.
셋째, 여전히 국민을 가르치고 나무라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태도가 문제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미래학교에 대한 이슈는 모듈러교실의 한계에서 혁신학교로의 전환 가능성으로 옮겨졌다. 학생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평가하는 학생부 종합전형을 줄이고 표준화된 시험점수 위주의 정시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체험과 경험을 중시하는 혁신학교로 전환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상당수 부모는 동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충분히 예상해 교육 당국은 학부모의 불안을 덜어줄 책임이 있다. 특히 현재 교육감의 대부분은 진보성향을 가지고 있어 미래학교와 혁신학교의 차이를 설명하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를 가짜뉴스로 치부해버리고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며 학부모 탓을 하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에 문제가 생기면 이는 국민의 잘못이 아니라 위정자의 잘못임을 교육 당국은 깨달아야 한다.
이번 미래학교 사태는 현 정권에서 일어났던 정책 실패와 여러 면에서 판박이이다. 국민을 섬기는 대신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공권력, 일의 순서가 뒤집혀 사후약방 식으로 수습하려는 정책집행 과정, 자신의 부족함은 깨닫지 못하고 가짜뉴스 탓으로 돌리는 리더의 무책임함이 모두 나타났다. 듣기만 해도 가슴 뛰는 단어들인 ‘그린’, ‘스마트’, ‘미래’가 수난을 겪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심정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충분히 소통하고, 우려되는 사항을 보완해 우리의 미래를 밝혀줄 아이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키우고 인성을 고양하는 참된 교육현장을 학부모와 손잡고 만들어주기를 기대한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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