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쏜 미사일 1500㎞ 날아가는 동안, 우리軍은 몰랐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2021. 9. 13.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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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방과학원은 9월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장거리순항미사일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발사된 장거리순항미사일들은 우리 국가의 영토와 영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7천580초를 비행하여 1천500㎞ 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은 13일 최대 사거리 1500㎞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저고도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은 기존 한미 미사일 방어 체계론 탐지·요격이 어렵다. 현 방어망은 고(高)고도로 발사돼 낙하하는 탄도미사일 요격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한국은 물론 주일 미군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레이더를 파괴할 수 있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이틀에 걸쳐 최소 2차례 발사했는데도 군(軍) 당국은 관련 징후를 제대로 탐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미사일 활동 재개는 북과의 대화가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발사된 장거리 순항미사일들은 우리 국가의 영토와 영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 궤도를 따라 7580초(126분)를 비행, 1500㎞ 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월 25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후 6개월 만의 도발이다.

/그래픽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한미 정보 당국 간 긴밀 공조하에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군이 2시간 넘게 비행한 이 미사일의 발사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사후에도 포착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부 관계자는 “순항미사일 비행 고도가 워낙 낮기 때문에 발사 후 포착됐다가 소실되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한미 정보 당국 레이더는 한반도 지상에서 발사돼 500m 이상 올라가는 발사체를 포착할 수 있지만 그보다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을 놓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군은 그간 북한이 수차례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즉각 공개하지 않았던 사례가 있다. 북한은 미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다음 날인 1월 22일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쐈고 지난 3월에도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사실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군 당국은 “순항미사일 발사는 공개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저(低)고도 순항미사일 탐지 능력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군 안팎에선 군과 정보 당국이 이번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 동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도 북한 발표 때까지 쉬쉬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번 순항미사일이 지상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최소 두 차례 발사됐고, 각각 2시간 이상 비행했기 때문에 한미 연합 자산으로 완벽하진 않아도 대략적인 발사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도 “발사를 전후해 북한에서 모종의 움직임을 탐지했으나 자산의 종류와 제원 등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현 정부 막바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한반도 안보 정세를 관리하려는 의도로 미사일 관련 사실을 선제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순항미사일이 탄도미사일과는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 위배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군이 미사일 발사 징후를 탐지하고도 숨긴 것이 사실이라면 논란이 될 수 있다.

이번에 북한은 지난 1·3월 순항미사일 발사 때와는 달리 관련 사실을 먼저 공개했다.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 15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 방한으로 열리는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겨냥한 과시용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회담 전 북한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도발 시점을 고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북한 김정은은 시험 발사 현장을 참관하지 않은 것 역시 도발 수위를 세심하게 조절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했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이웃 국가들과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라고 했다. 지난 3월 북한이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정상 범주 활동”이라고 했던 것과는 다른 반응이다. 일본도 “일본을 포함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미국·한국과 긴밀히 연대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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