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도 황의조도 지쳐 쓰러지는 벤투 전술..'플랜B'는 없나

[경향신문]

황의조, 소속 팀 경기 중 부상 교체
감독 “대표팀 일정 따른 피로누적”
손흥민도 EPL 경기 부상 결장 등
해외파 체력 안배 무시 ‘혹사 논란’

홈·원정 선수 나누는 ‘투트랙’ 등
10월 A매치 선수 기용 변화 절실

축구대표팀의 주축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있다. 오는 10월에 열리는 두 번의 월드컵 최종예선이 벌써부터 걱정 한가득이다. 그동안 꾸준히 지적되어 왔음에도 성적과 흥행이라는 절대적 이유로 인한 선수들의 ‘혹사’가 결국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팀 부동의 원톱 황의조(보르도)는 12일 밤 열린 랑스와의 2021~2022 프랑스 리그1 5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19분 허벅지 안쪽에 큰 통증을 느끼고 교체됐다. 앞서 후반 10분 스프린트 직후 오른쪽 종아리에 경련이 와 쓰러졌던 황의조는 힘겹게 일어나 다시 경기를 뛰었으나 끝내 허벅지 안쪽에 부상을 당하며 그라운드를 떠나야만 했다.

블라디미르 페트코비치 보르도 감독은 13일 보르도의 소식을 전하는 ‘지롱댕4에버’와 인터뷰하면서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많은 일정을 소화한 데 따른 피로 누적 때문에 통증이 왔다. 괜찮다”고 말해 팬들을 안심시켰다. 그래도 A매치 후 팀에 복귀하자마자 부상을 당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A매치와 관련돼 부상을 당한 것은 황의조뿐만이 아니다. 대표팀 ‘캡틴’ 손흥민(토트넘)은 이라크전(2일)이 끝난 뒤 훈련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종아리 근육에 염좌가 생겨 레바논전(7일)을 관중석에서 지켜봐야 했다. 이후 토트넘으로 복귀했으나 크리스털팰리스전에 나서지 못했다. 누누 산투 토트넘 감독이 “손흥민이 언제 회복될지 모르겠다. 아직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우려 섞인 시선이 더욱 많아졌다. 여기에 권창훈(수원 삼성)도 레바논전 이후 오른쪽 종아리 근육 미세 파열로 4주 진단을 받았다.

이들 3명의 공통점은 ‘혹사’다. 황의조와 권창훈은 지난 6월 열린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경기에 뛰었다. 이후 도쿄 올림픽 와일드카드에 뽑혀 올림픽에 출전했고, 쉴 틈 없이 소속팀으로 복귀해 다시 시즌을 치르다 월드컵 최종예선에 참가했다. 제대로 원기회복을 할 틈도 없이 뛴 탓에 결국 탈이 났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빡빡한 일정과 매번 한국까지 먼 거리를 오가는 손흥민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논란에도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사진)은 그동안 이 선수들의 기용법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다만 최근 들어 선수 혹사 논란이 일고 있고, 실제 부상자까지 생기면서 벤투 감독이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홈과 원정에 나설 선수단을 따로 뽑는 ‘투트랙’ 전략이 언급되고 있다. 시차와 이동거리 등을 감안해 선수 선발을 유연하게 함으로써 선수들이 느낄 피로도를 최소화하자는 생각이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도 투트랙을 한 차례 논의한 뒤 감독에게 조언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트랙 외에도 대한축구협회는 전세기 운용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은 10월 A매치 기간에 홈에서 시리아(7일)를 상대하고 이후 이란으로 이동해 12일에 경기를 치른다. 현재 한국에서 이란으로 가는 직항편이 없어 대표팀은 경유를 해야 한다. 이로 인해 선수들의 피로도와 코로나19 감염 위험 등이 우려된다.

이에 협회는 전세기 동원을 고려 중이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이란의 특수성 때문에 어려움이 적지 않지만 협회는 최대한 전세기를 띄우는 쪽으로 추진하고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