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베테랑 주세혁 선수 "스포츠 살리는 행정의 중요성 잘 알고 있다"

인제 | 글·사진 황민국 기자 2021. 9. 13.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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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홍보위원장·정책 특보로도 활약

[경향신문]

주세혁이 지난 10일 강원도 인제다목적경기장에서 기자와 만나 자신이 직접 팬들에게 전달하는 한국 탁구 소식을 보여주고 있다.
유승민 회장 권유로 행정가 겸업
“신유빈 경기, SNS 작업 바쁘지만
실시간 반응 폭발 승리만큼 보람”
올해는 선수로서 마지막 ‘불꽃’
“최고령 승리로 기억에 남고 싶다”

은퇴를 앞둔 베테랑은 농익은 와인처럼 다채로운 향기가 난다.

마흔 줄에도 여전히 현역 탁구선수인 주세혁(41·한국마사회)이 행정에 눈을 떴다. 주세혁은 지난 2월 대한탁구협회 미디어 홍보위원장 겸 정책특보로 임명됐다. 라켓을 잡고 있을 때 세계를 호령했던 그가 이젠 자판을 두드리며 팬들과 교감을 나누고 있다.

주세혁은 지난 10일 강원도 인제에서 기자와 만나 “협회가 주최하는 온갖 대회 일정과 결과를 알리는 게 내 업무”라면서 “(신)유빈이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70여개 탁구 카페에 소식을 전달하느라 바쁘지만, 실시간으로 반응이 나올 땐 선수시절처럼 보람을 느낀다. 선수로 이길 때만큼 재밌다”고 웃었다.

주세혁이 행정가로 겸업에 나선 것은 제2의 인생을 고민할 시기에 ‘한국 탁구를 살리자’는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의 제안이 영향을 미쳤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합작했던 이들은 훌륭한 선수들이 배출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자는 공감대를 이뤘다.

주세혁은 “사실 난 2017년 은퇴해 지도자로 입문했다가 현역으로 돌아온 사례”라면서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 뛰어들자니 부담이 컸지만 올바른 정책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잘 알기에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중국슈퍼리그에서 활약할 때 얼마나 철저한 행정력으로 뒷받침하는지를 본 적이 있다. 마치 전쟁을 치를 때 보급을 준비하는 것처럼 움직였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걸 벤치마킹해 우리 탁구를 발전시키자는 게 내 목표”라고 강조했다.

주세혁이 커다란 꿈을 품고 행정가 겸업에 나섰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월급을 받는 선수, 그것도 2003 파리 세계선수권에서 준우승까지 했던 그가 기대치에 맞추려면 운동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터. 주세혁은 시간을 쪼개 몸을 만들고, 훈련하는 동시에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 홍보, 그리고 새로운 정책을 연구해야 했다. 초보 행정가의 한계로 칭찬보다 야단이 익숙했지만, 거꾸로 행정가로 성공을 벼르는 동기부여가 됐다. 주세혁은 “홍보위원장을 맡고 12개 도시를 돌면서 ‘내가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홍보를 너무 못한다고 혼났다”며 “아직 일반 직원들처럼 보고서도 못 쓰다보니 도움만 구한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주세혁이 찾은 돌파구는 협업과 초빙이었다. 대신 그는 저변 확대를 위해 전국을 누비며 원포인트 레슨도 마다하지 않는다. 주세혁은 “이 분야를 누구보다 잘 아는 분(한강진 홍보부위원장)을 초빙해 도움을 받고 있다”면서 “생활체육을 잘 찾아보면 협회가 부족한 부분을 잘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참 많더라”고 말했다.

행정가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주세혁은 올해 선수로도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기업부에선 남녀 통틀어 최고령 현역인 그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2년간 국내 대회는 줄줄이 취소됐다. 마술과 같은 수비와 날카로운 드라이브 실력이 여전한 주세혁에게는 아쉽기만 하다. 주세혁은 봄이 아닌 가을에 열린 춘계 회장기 실업탁구대회에선 국군체육부대의 오주형을 3-2로 꺾으며 찬사를 받았다. 주세혁은 “오랜만에 나선 대회에서 1승은 챙겼다”며 “최고령 선수가 아니라 최고령 승리로 기억에 남고 싶다. 은퇴할 때까지 선수로, 행정가로 모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제 | 글·사진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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