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 오르반 총리 겨냥 '난민 혐오·반유대주의' 경고
[경향신문]
세계 성체대회 폐막 미사 집전 “목 마른 자에 문을 열자” 난민 수용 촉구
종교 지도자 만나 “반유대주의 위협에 우려, 해법은 협력과 형제애 증진”
프란치스코 교황이 12일(현지시간) 헝가리를 방문해 유럽의 반유대주의에 대해 경고했다.
난민 수용에 반대하고 반유대주의를 지지하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헝가리 순방길에 나선 교황은 이날 부다페스트에서 현지 기독교, 유대교 지도자들과 만나 “유럽과 다른 지역에 반유대주의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반유대주의는 불붙게 놔둬선 안 되는 도화선과 같다”면서 “반유대주의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협력하고 형제애를 증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부다페스트 영웅광장에서 세계 성체대회 폐막 미사를 집전하고 현지 헝가리 신도들에게 “본연의 뿌리를 단단하게 지키되, 우리 시대의 목마른 자에게 문을 열자”고 말했다. 난민에 대한 포용적 태도를 촉구한 것이다.
교황의 이날 발언은 난민 혐오와 반유대주의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온 오르반 총리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우파 포퓰리스트로 분류되는 오르반 총리는 총선을 앞둔 2017년 유대계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의 사진과 함께 “소로스가 최후에 웃게 허용하지 말자. 99%는 불법 난민 반대”라고 적힌 광고 캠페인을 벌여 비판받았다.
당시 소로스는 유럽연합(EU)이 난민을 지금보다 30만명 더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오르반 정부는 안 그래도 헝가리에 유대인 10만명이 있는 상황에서 다른 난민까지 받아야 하냐는 뜻을 광고에 담은 것이다. 광고 게재 이후 헝가리에선 소로스의 유대인 정체성에 대한 인신공격이 늘었으나, 오르반 총리는 이 광고가 반유대주의와는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교황은 이날 부다페스트 미술관에서 40분간 오르반 총리와 비공개로 면담했다. 교황청은 성명에서 “헝가리 가톨릭교회의 역할, 환경 보호를 비롯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르반 총리는 페이스북에 교황과 악수하는 사진을 올리며 “기독교적 헝가리가 사라지지 않게 해달라고 교황에게 당부했다”는 글도 함께 올렸다. 이슬람교도 난민 유입과 성소수자 권리 보장에 반대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오르반 총리 지지자들은 난민을 돕자는 교황의 과거 발언이 “반기독교적”이라고 조롱했다고 BBC 방송이 전했다.
교황은 헝가리에 7시간 정도 머문 뒤 슬로바키아로 떠났다. 슬로바키아에는 15일까지 3박4일간 머물 예정이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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