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주택가 빈 상가들..골목 온기 사라진다 [안명숙의 차이나는 부동산 클래스]

안명숙 |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2021. 9. 1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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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8월 한국은행은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경기 회복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주택가격 상승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은이 이달 펴낸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거시계량모형을 이용해 과거 평균적인 기준금리 인상 영향을 분석한 결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1년 후 가계부채 증가율과 주택가격 상승률이 각각 0.4%포인트, 0.25%포인트 정도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한은이 2000년 1분기부터 2020년 4분기까지 주요 10개국을 대상으로 패널 분석한 결과다. 변동금리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는 가계부채와 주택시장이 금리 조정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집값이 추가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큰 데다 ‘전세’라는 독특한 임차 제도가 있는 터라 다른 나라에 비해 주택시장이 금리 인상 영향에 둔감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시장은 오름폭을 줄이면서 상승세를 잇고 있지만 거래는 크게 감소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8월 말까지 거래 신고된 서울 아파트 건수는 3만4496건으로 지난해 동기 6만1339건에 비해 무려 43.8%나 감소했다.

최장 상승기를 이어온 아파트 가격에 대한 부담과 대출, 세금 등 지속적인 정부 수요 억제 정책으로 추가 매수 동력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아파트 거래가 크게 감소한 대신 단독다가구 및 상업용 부동산 거래는 크게 증가해 여전히 부동산 시장의 유동 자금은 크게 감소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다가구는 올 8월까지 1만1840건으로 지난해 동기 6996건에 비해 69.2% 증가했다. 상업용 부동산도 같은 기간 올해(1만8157건)가 지난해(1만3265건)에 비해 거래 건수가 37%나 늘었다.

올해 단독다가구의 거래가 크게 증가한 이유는 재정비사업의 규제 완화로 공공 및 민간의 재개발,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어 단독다가구 매수세를 자극한 것이 주요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상업용 부동산의 인기는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증가 및 취득세 중과, 주택 대출 규제 강화에 따라 유동성 자금이 흘러들어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공실 증가, 임대료 인하 등의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으나 자산 가격 상승의 기대감으로 상업용 부동산도 여전히 매수 우위 시장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늘고 있는 다가구나 점포 겸용 주택의 거래는 조건 거래가 늘고 있다. 과거 다가구 주택이나 점포 겸용 주택은 소유자가 거주하면서 남는 방이나 상가를 세놓고 월세를 받아 노후 대비 부동산 투자로 각광받아왔다.

그러나 주택에 대한 세부담 증가 및 대출 규제로 소유자는 물론 매수자에게도 주택이 혼재된 부동산은 이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따라서 세입자를 명도하고 주택을 근생 용도로 바꿔 매각하는 조건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에서 거래된 상업·업무용 부동산 1만293건 중 4420건(42.9%)이 주거용에서 상업용으로 용도변경 후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성수동, 연남동, 망원동 등 다가구가 밀집된 주거지역은 주택과 상가, 사무실 등 다양한 업종이 혼재돼 밤낮이나 주말 구분 없는 골목상권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제 그곳은 불 꺼진 상가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도시의 용도로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이라지만, 요즘의 급작스러운 변화는 왠지 씁쓸함을 더한다.

안명숙 |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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