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마저 상담 기피하는 세금 체계, 말이 됩니까

안광호 기자 입력 2021. 9. 13. 21:49 수정 2021. 9. 1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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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세청 양도세 질의, 1년 새 ‘두배’
잦은 법 개정에 세율 적용 복잡해
“실수로 가산세 물 수도” 불안 가중

양도소득세 규정이 자주 바뀌고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납세자 불편이 커지고 있다. 신고 오류에 대한 부담 때문에 양도세 상담을 기피하는 세무사들이 늘고, 이에 불안해진 납세자들이 국세청에 직접 과세 규모를 문의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관련 문의가 한 달에 수백건씩 쇄도하자 민원을 응대하는 과세당국 직원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세청에 접수된 납세자의 양도세 서면질의는 3243건이다. 서면질의 건수는 2019년 1763건에서 지난해 부동산시장 과열 영향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올해는 6월까지 2863건이 접수되면서 연말까지 지난해 질의 건수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양도세 서면질의가 큰 폭으로 늘어난 이유는 잦은 세법 개정 때문이다. 양도세제는 다주택자의 조정대상지역 양도세를 강화한 2017년 8·2대책을 비롯해 9·13, 7·10 대책 등을 통해 수차례 조정됐다. 최근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금액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되, 장기보유특별공제 공제율은 최대 80%에서 50%로 낮추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여당 안대로라면 1주택자 양도세 적용세율만 해도 경우의 수가 2019년 8가지에서 189가지로 늘어난다.

양도세는 보유 주택 수와 거주 기간·지역·매입 또는 매각 시점 등에 따라 세율이 달리 적용되고 사례가 다양하다. 세무사와 법무사 등 전문가들도 상담을 기피하는 세목인 이유다. 한 세무업계 관계자는 “종부세 등 국가가 세액을 고지해주는 것과 달리 양도세는 자진신고 세목인데, 자칫 적게 신고하거나 누락하는 경우 불성실 가산세를 낼 수 있어 납세자들이 불안해한다”며 “전문가들도 계산 오류 등 상담이나 계약 과정의 업무상 실수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부담을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계약서상에 ‘계산상 착오로 인해 세금을 더 물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특약을 내거는 세무대리인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지난해 ‘주택세금 100문 100답’과 올해 ‘주택과 세금’ 등을 발간한 데 이어 지난 6월에는 ‘양도소득세 법령 적용 가이드 맵’을 자체 제작해 세무사·법무사·공인중개사 등 유관 협회에 배포하고 국세청 홈페이지와 홈택스 등에서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세법전을 봐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고 양도세가 너무 자주 바뀌어서 세무대리인조차도 잘 모른다고 하니 세금 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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