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백의종군하겠다" 경선 중도 하차

곽희양 기자 2021. 9. 1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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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누적 득표율 4%대로 추미애에게 3위도 내주자 결단
호남 경선 앞두고 정 지지자 어디로 흡수될지 관심

지지 후보 묻자 “민주당 지지”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경선 중도 사퇴를 선언한 뒤 국회 밖으로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71)가 13일 경선 후보를 전격 사퇴했다. 전날까지 경선 선거인단 누적 득표율이 4%대에 그치자 내린 결단이다. 다만 지지 후보를 밝히지는 않았다. 정 전 총리의 지지자를 흡수하려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총리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제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다른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민주당을 지지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 전 총리는 회견 직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후보직 사퇴를 결정했다.

회의에서는 “적어도 호남 경선까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사퇴를 만류하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오는 25·26일 호남 순회경선에서 유의미한 득표율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되면서 캠프 내에서는 중도 사퇴 의견에 힘이 실렸다.

정 전 총리 사퇴는 충청권 경선 전략이 실패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는 4·5일 충청 순회경선에서 두 자릿 수 지지율로 1·2위 주자를 추격할 계획이었지만 득표율은 7.84%에 머물렀다. 11일 대구·경북(3.60%)과 12일 강원(6.39%) 경선 결과 역시 좋지 않았다. 국민과 일반당원 50여만명이 참여한 1차 국민선거인단 득표율도 4.03%에 그쳤다.

정 전 총리의 누적 득표율은 화려한 정치경력과 탄탄한 조직세에 비하면 초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조직세가 미미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누적 득표율 11.35%)에게 3위 자리를 내주면서 완주 의지가 꺾였다. 낮은 득표율은 팬덤의 부재와 정책 차별화 실패 탓으로 보인다. 중도·통합 이미지를 가진 정 전 총리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별다른 매력을 주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경제 대통령’이라는 선거 슬로건은 미래 비전을 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받았다.

정 전 총리가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지 않는 이유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누적 득표율 31.08%인 이 전 대표에게 지지율을 보탠다 해도, 이 지사(누적 득표율 51.41%)를 따라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대로 이 지사는 과반 득표율을 유지하고 있는 까닭에 이 지사 지지선언으로 얻을 정 전 총리의 ‘지분’은 사실상 없다.

하지만 정 전 총리의 4.27% 지지율을 가져가기 위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총리 지지율은 판세를 좌우할 만큼은 아니지만 추격의 발판을 삼거나 승리를 굳히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호남 경선을 앞두고 이 전 대표 입장에선 같은 호남 출신인 정 전 총리의 지지가 절실하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월 정 전 총리와 오찬을 갖고 “민주정부 4기 탄생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두 주자 간 단일화설에 정 전 총리가 선을 그으면서 흐지부지됐다.

이 지사 측은 정 전 총리의 지지를 받으면 호남 승리를 확정짓는 데 한결 유리해진다고 본다. 이 지사는 이날 호남지역 공약을 발표하며 정 전 총리를 “존경하는 정치선배”라며 “앞으로 정권 재창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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