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풀니스 - 한스 로슬링 [최재용의 내 인생의 책 ②]
[경향신문]

사람은 언제나 자극에 민감하다. 자극이 이끄는 대로 느끼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현대사회는 자극을 최대치로 끌어 올릴 수 있는 방법에 몰두한다. 여기서부터 우리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마치 코끼리 다리를 만지며 ‘이것은 코끼리다’라는 생각에 몰두한 나머지, 이 코끼리가 무엇을 하는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무관심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세계적 통계학자 한스 로슬링은 이런 함정에 빠진 사람들에게 통계와 숫자라는 객관적 지표를 활용한 사실충실성을 제시하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로슬링은 30개 국가 사람들에게 전 세계가 점점 좋아지고 있는지 아니면 나빠지고 있는지를 물었다. 그랬더니 70~80%의 사람들이 세계가 점점 나빠진다고 답했다. 자연이 훼손되고, 전쟁과 범죄가 끊이질 않고, 경제는 늘 불황에 시달리는 모습.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의 세계는 이러하기에 나빠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로슬링은 곧바로 재밌는 통계를 보여준다. 1800년대, 전 세계 인류의 약 85%가 극빈층에 해당됐지만 1966년에 그 수치가 50%로 떨어지고, 2017년에는 전 세계 9%에 해당되는 사람만이 극빈층에 해당된다는 통계그래프가 펼쳐진다. 70억 인구 중 단 9%만이 극빈층에 속할 뿐, 대다수의 사람들은 극빈층에서 탈출해 세계시장의 소비자와 생산자가 된 것이다. 숫자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데 우린 매일같이 나빠지는 세계의 모습에 우울해하고 있는 것이다.
제한적 사고를 넘어서지 못하면 우린 언제까지나 코끼리 다리만을 만지며 코끼리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보이는 것에만 한계를 두지 말고 전체 흐름을 꿰뚫을 수 있는, 코끼리 전체를 보는 혜안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최재용 | 인사혁신처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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