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출발, 캐스퍼
[경향신문]
수십종의 새 차가 해마다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렇게 관심을 받는 신차가 있었을까. 디자인은 물론 작명 과정에 첫 차 출시일까지 다 보도된다. 첫 차의 주인이 누구냐도 화제에 올라, 대통령과 시장, 올림픽 3관왕, 가수 BTS 멤버 등이 후보로 거론됐다. 광주형 일자리의 1호 모델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현대자동차에서 위탁받아 15일부터 본격 양산하는 신차 ‘캐스퍼’ 얘기다.
이 차에 대한 기대와 상징성을 생각하면 이 정도 관심은 당연하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동자들이 업계 평균 연봉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대신 공장을 유치함으로써 일자리를 확보하고, 기업은 낮은 임금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노사가 한 발씩 양보해 일자리를 늘리고 상생하자는 취지다. 2015년 광주시가 ‘사회통합형 일자리’를 추진한 이후 7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첫 결실을 맺은 것이다.
디자인과 색상, 기능에 출시 전부터 캐스퍼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캐스퍼는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기존에 없던 차급이다. 변화하는 소비자 취향과 생활방식을 반영했다고 한다. 만화영화 <꼬마 유령 캐스퍼>의 귀여운 주인공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은데, 회사 측은 스케이트보드를 뒤집어 착지하는 ‘캐스퍼’ 기술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새로운 차급과 우수한 상품성으로 기존 자동차시장의 판도와 고정관념을 바꾸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캐스퍼 생산을 위해 채용된 539명 중엔 광주·전남 출신이 93.4%를 차지한다. 지역 출신을 고용한다는 취지를 제대로 살린 셈이다. 또 20대가 절반을 넘고, 30대까지 포함하면 거의 80%에 달한다. 학력도 전문대 졸업이 거의 절반에 이르고, 고졸자도 22%를 차지한다. 사측은 연 10만대 생산을 기준으로, 1000여명의 정규인력 추가 채용과 간접 일자리 1만1000개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정착하면 지역청년 일자리가 크게 는다. 광주시가 약속한 주거와 복지 인프라까지 자리 잡으면 임금은 낮아도 질 높은 생활환경이 조성된다. 상생도, 일자리 창출도 쉽지 않은 시대다. 캐스퍼 탄생을 계기로 상생의 모델이 다른 지역으로도 퍼져나갔으면 한다.
송현숙 논설위원 s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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