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 순항미사일 발사 속 한미일 협의, 실효적 대화 카드 내야
[경향신문]
북한이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북한 국방과학원이 11~12일 시험발사한 복수의 미사일은 북한 영토·영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7580초(2시간6분20초)를 비행해 1500㎞ 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통신이 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직후인 올 1~3월 순항미사일 두 번과 탄도미사일을 한 번 발사한 뒤 6개월 만에 네번째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남북 간, 북·미 간 대화는 답보하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북한의 행동에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
이번 시험발사는 북한의 저강도 무력시위로 볼 수 있다. 로켓 추진력으로 2000~1만3000㎞의 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순항미사일은 유엔 제재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제트 엔진 힘으로 1500㎞의 직선(수평) 궤도를 날아갔다는 북한의 순항미사일은 한국의 현무-3C와 사거리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 1월 8차 당대회에서 ‘전략무기’로 공지한 새 순항미사일 발사를 직접 참관하지 않은 것도 정치적 해석을 낳는다. 미국을 향해 무력시위는 하면서도 유엔 결의 위반은 피함으로써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한 것일 수 있다.
북한의 신무기 개발에 대한 경계심은 늦출 수 없다. 지상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기습적으로 발사된 새 순항미사일은 소형 핵탄두도 실을 수 있고, 50~100m의 저고도로 날아 탐지·요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미 국방부도 즉각적으로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위협을 준다고 비판했다. 한·미 안보당국은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재점검해 대북 억지력을 높여야 한다.
북한의 새 전략무기 시험이 13~14일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들의 도쿄 회동 앞에 벌어진 것도 주목된다. 8~9월에 세번째 만나는 한·미 간에는 코로나19·대북 제재와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을 돕는 인도적 프로젝트를 공동추진하자는 협의가 진척되고 있다고 한다. 14일엔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한국을 찾는다. 북한으로서는 지난달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에 이어 이번 미사일 발사도 한반도 문제의 시급성을 미국에 부각시키면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시도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복원된 군통신선이 한·미 연합훈련 대치 후 다시 끊긴 상황이다. 북한은 해법이 될 수 없는 무력시위의 선을 넘지 말고 인도적 협력과 대화에 호응해야 한다. 그에 앞서 한·미는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실효적인 대화 카드를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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