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지원금 탈락자의 아우성

2021. 9. 1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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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의 어리석음을 풍자한 '뷔리당의 당나귀'라는 우화가 있습니다.

허기지고 목마른 당나귀가 양쪽에 놓인 물과 건초 사이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결국 굶어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지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네 번째 명절을 앞두고 있지만, 5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벌이는 논란을 보면, 정부와 여당은 위기 대응을 위한 원칙도 없고, 설계도는 더욱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깁니다.

이번 국민지원금 결정 과정을 볼까요. 당초 정부는 코로나 피해 국민에 대한 선별 지원을 하기로 했지만, 당이 끼면서 소득 하위 80%로 대상이 넓어졌고, 여당 내부에서 전 국민 지원 주장까지 나오자 결국 기준을 88%로 바꿨습니다.

그런데 국민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이후 대상자 수는 목표인 88%에 크게 못 미치는 83.7%로 나타났습니다. 당초 수치 예측부터 틀린 거죠.

게다가 지급 대상에서 탈락한 국민의 이의신청은 폭주했고, 또 이의신청 방법을 몰라 우왕좌왕하기까지…. 당황한 정부 여당은 지급을 시작한 지 불과 닷새 만에 이의신청을 최대한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지급 대상을 88%에서 90%까지로 다시 늘렸습니다.

이게 다가 아니죠. 여당 일각에서는 다시 추경을 짜서 전 국민 모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경기도와 광명시는 정부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에게 따로 지원금을 준다니, 한마디로 중구난방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말에 '비위 상하다'라는 말이 있죠. 재난지원금을 두고 정부 여당이 이렇게 자꾸 말을 바꾸니 국민들은 현대판 '골품제'라고 비꼬고, 재난지원금이 어느새 추석 보너스 같은 위로금 성격으로 바뀌면서 도대체 기준이 뭐냐며 많은 이가 비위 상해 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리스크(Risk)는 단순히 찾아오는 위기가 아니라, 정책의 불확실성과 이로 인한 국민 마음속의 불신입니다. 표심에 연연하느라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꾸지 말고, 미래를 향해 소처럼 우직하게 나아가는 뚝심이 필요할 때 아닐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지원금 탈락자의 아우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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