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요양보험료, 고령화·코로나 명분 5년새 2.2배로..직장인 '유리지갑' 만 털었다

임지훈 기자 입력 2021. 9. 13. 20:36 수정 2021. 9. 1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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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장기요양보험료 또 인상]
장기요양 인정자 100만명 육박
최저임금 인상에 인건비 부담 가중
'文케어' 보장성 확대도 영향 끼쳐
보험료 올린다고 재정고갈 못막아
지출 효율화·국고지원 확대해야
[서울경제]

정부가 내년에 역대 최고 요율의 장기요양보험료 ‘청구서’를 내밀게 된 것은 악화하고 있는 재정을 그대로 내버려둘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정 악화에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의 친노동 정책,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 속도 등이 영향을 끼쳤다. 장기요양보험료 인상으로 가뜩이나 얇은 직장인들의 ‘유리 지갑’은 더욱 얇아지게 됐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직장인 장기요양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 기업들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더 큰 문제는 장기요양보험료 인상은 재정 악화를 해결할 근본적 대책이 아닌 천수답 대책에 그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지출 효율화와 국고 지원 확대 등이 동반되지 않는 임시방편식 장기요양보험료 인상으로는 재정 고갈 위기를 막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보건복지부 장기요양위원회가 13일 올해 11.52%인 장기요양보험료율을 내년 12.27%로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직장 가입자 1인당 월평균 장기요양보험료는 3만 원을 넘어 3만 911원에 달하게 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만 3,958원이었던 직장 가입자 1인당 월평균 장기요양보험료는 △2018년 1만 6,372원 △2019년 2만 88원 △2020년 2만 5,052원 △2021년 2만 9,022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5년간 121.5%나 오르게 되는 셈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지역 가입자도 장기요양보험료 부담 가중이 불가피해졌다. 오는 2022년 가입자 세대당 월평균 보험료는 올해(1만 3,311원)보다 1,135원 늘어난 1만 4,446원에 달하게 된다.

정부가 대선을 불과 6개월 앞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고율의 보험료 인상 카드를 집어 든 것은 재정 건전성이 급속도로 나빠졌기 때문이다. 여러 보험료 적립금 중 유일하게 탄탄했던 장기요양보험은 최근 몇 년 사이 재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장기요양보험 적립금은 2015년 2조 3,524억 원에서 5년 만인 지난해 7,662억 원으로 급감했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재정이 고갈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도 흘러나오고 있다.

재정 악화는 고령화로 수급자가 늘고 있는 것이 구조적인 원인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67만 1,000명이던 장기 요양 인정자 수는 올해 97만 명으로 1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문재인 케어’를 내세워 매년 보장성을 확대해온 것도 재정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이날도 혜택을 강화했다. 장기요양위는 다양화·고도화하는 수급자 욕구에 대응하고자 2022년도 장기 요양 보장성 강화 방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이용자 중심의 통합재가급여 사업 도입과 중증(1·2등급) 수급자의 재가 서비스 급여 비용 조정, 중증 재가 수급자 월 한도액 인상 및 중증 가산 신설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최저임금 인상도 간과할 수 없는 재정 악화의 한 요인이다. 고령자나 치매 등 노인성 질병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요양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제도인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지출에서 인건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서비스를 담당하는 요양보호사는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올리면 인건비 지출 증가로 장기요양보험료 지출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보험료 인상이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지출 효율화를 통해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형준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여러 해 전부터 장기요양보험 재정이 고갈될 것으로 예견됐지만 지금까지 보험료 고율 인상으로 가입자 부담만 늘려온 것 외에는 정부가 재정 건전성 회복을 위한 대책은 내놓지 않은 상황”이라며 “추가 부담을 야기하는 보장성 확대가 아닌 강도 높은 지출 효율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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