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원장님이" 조성은 말실수에 의혹 커지는 '박지원 게이트'

한기호 2021. 9. 1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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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지도부 총공세로 전환
이준석 "공모 여부 해명" 촉구
윤석열 '여권인사 고발사주' 새국면
박지원 "야당 헛다리 짚는 것"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캠프 정치공작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박민식(가운데) 전 의원과 변호인들이 1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사주 의혹 보도 모의 의혹'을 받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조성은 씨 등을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김부겸(왼쪽) 국무총리가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 출석, 권성동(오른쪽 단상) 국민의힘 의원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 고발 사주 의혹' 관련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개입설등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여권인사 고발사주 의혹'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석열 캠프와 국민의힘의 '박지원 게이트' 물타기 전략이 유효 적시타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발사주 의혹이 불거졌던 초반에는 윤 전 총장과 거리두기를 하던 국민의힘 지도부도 '박지원 게이트'에 힘을 실으면서 총공세로 전환했다.

'박지원 게이트' 가능성을 키운 것은 역설적으로 의혹을 폭로한 제보자 조성은씨(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다. 조씨는 방송 인터뷰에서 고발 사주 의혹이 보도된 시점에 대해 "우리 원장님과 제가 원한 날짜, 배려 받고자 했던 날짜가 아니었다"고 말해 논란을 만들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제보자 조씨의 발언을 보면 박 원장이 (조씨에게) 모종의 지도를 한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박 원장은 하루 속히 조씨와의 공모 의혹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해명이 불충분하다면 국정원장 사퇴나 경질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박 원장이 이 사건에 깊숙이 개입돼 있음을 (조씨가) 자백한 것"이라며 박 원장을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여권편향 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김진욱 공수처장 국회 출석도 요구했다. 공수처는 이날 '청부 고발장 전달 의혹'을 받는 김웅 의원 국회 사무실 압수수색을 3일 만에 재시도했다.

윤석열 캠프는 이날 박 원장과 조씨 등을 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박 원장과 조씨가) 저에 대한 정치공작을 함께 논의했단 게 아닌가"라며 "드라이브를 걸 시점이 자기들이 생각한 시점이 아닌데 모 기자가 (보도를) 너무 빨리 했단 얘기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정치공작 모의 의혹을 직접 제기했다. 캠프의 장제원 총괄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혐의가 명백한 박 원장을 파면시키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 원장은 배후설을 부인했다. 박 원장은 이날 언론에 "(조씨가) 발언이 얼떨결에 나왔다며 수정하지 않았냐"라며 "야당이 헛다리를 짚는 것인데, 수사해보면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씨와) 특수한 관계 같다고 하는데 그런 건 없다"고 일축했다.

조씨는 자신의 SNS에 "제가 진실과 정면으로 맞서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사람을 좋아하시고 정이 많으신, 또한 중차대한 국정 직책을 맡으신 분을 휩싸이게 해 송구하다"고 박 원장을 거듭 감쌌다.

여권에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익신고자와 박 원장의 식사자리를 꼬투리 삼아 국정원 개입을 운운하는 엉터리 삼류 정치 소설을 쓰고 있다"며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으면 메신저를 공격하라는 아주 전형적인 구태 정치"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공방을 벌였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고발사주 의혹에 대해 "윤석열 검찰이 총장의 측근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검찰권을 사유화하고 남용하면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검·당유착 국기문란 사태"라고 주장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백 의원이 고발장을 건넨 것으로 지목된 손준성 차장검사와 윤 전 총장과의 관계를 묻자 "매우 특별한 관계였다"고 답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박지원 게이트' 공세를 이어갔다. 권 의원은 김부겸 국무총리를 상대로 "조씨가 박 원장에게 사전에 (제보 자료를) 보내줬다는 얘기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총리는 "제가 알기로는 국정원장이 그런 일에 관여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상식적인 판단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를 대표해서 나와 있는데 함부로 예단해서 말할 순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권 의원은 "(고발)사주를 주장하려면 윤 전 총장이 관여했던 작은 정황 증거라도 제시해야 되는데 어느 누구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손 검사가 최측근이라는 주장은 사후에 만들어진 정치 프레임"이라고 말했다.

한기호·권준영 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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