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기득권이 만든 '청년실업난'

박정일 2021. 9. 1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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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서른이 넘은 사촌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원하는 직장과 직업은 있는데 통 채용공고가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부모님은 한번 설득해보라고 하는데, 지금 아니면 언제 원하는 일을 해보겠나 싶어서 일단은 지켜보자고 답했다. 본인은 얼마나 더 답답할 것인가. 이 글을 쓰는 본인도 취업재수를 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냥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데 또 요즘 들어 사람 좀 구해달라는 지인들의 요청도 많다. 특히 소위 '허리 연차'의 쓸만한 인재를 찾기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들어올 때는 그렇게 간절하더니, 몇 년 열심히 키우고 나니 연봉 몇백 만원에 다른 업체로 쉽게 이직해버리더라는 것이다.

일자리 미스매칭의 온도차가 너무 크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음에 좌절하고, 기업들은 사람을 찾지 못해 아우성이다. 과거 경기침체에 따른 실업난과는 또 다른 양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29세 5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 일자리 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9.5%는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가능성이 낮고, 또 65.2%는 평생직장은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청년들은 열심히 일해도 부자가 될 수 없음에 좌절하고,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기사를 보면서 분노한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기준 청년 구직단념자는 21만9188명으로, 2015년 18만5254명보다 18.3%나 늘었다.

고용정보원의 '임금근로자의 고령화와 산업별 노동시장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과 비교해 2019년 정규직 직원의 평균 연령은 2.1세 상승했다. 제조업과 건설, 도·소매, 보건·사회복지 등 노동강도에 비해 급여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속하는 산업군의 연령 상승폭이 전체 평균을 상회했다.

행정공무원이 해당하는 직군의 평균 연령은 오히려 같은 기간 0.2세 줄어든 점 등을 고려하면 단순히 인구 고령화에 따른 평균연령 상승이라고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럼 노동집약형 직종의 연봉수준을 높이면 될까. 그렇게 단순하게 해결하긴 어렵다.

제조업 등의 경우 근속연수에 따라 급여가 올라가는 호봉제가 많은 편인데, 청년층의 급여를 올리면 고령층의 급여도 동반 상승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다. 이를 성과중심으로 바꾸려면 임금협상이 필요한데, 최근 일부 대기업의 임금단체협약 협상 과정을 보면 장기 근속자들은 성과보상보다 정년 연장을 더 선호했다.

고용 유연성이 떨어지는 국내 노동제도의 문제로 인력 구조조정은 극도로 어렵다. 호봉제를 견디지 못한 능력 있는 젊은 인재들은 창업하거나 외국으로 눈을 돌린다. 그럼 국내 기업 직원들의 고령화 추세는 가속화 되고, 노동 생산성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궁극적으로 반도체나 배터리 등 기술집약적 고급 인력들의 해외 취업 비중이 늘면서 그만큼 국가 첨단 산업의 경쟁력도 약해진다.

MZ세대 직장인들은 정년 연장이나 평생 직장을 크게 바라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본인의 능력을 인정받고, 더 좋은 보상을 받고, 워라밸 있는 삶을 살고 싶어한다. 베테랑 근로자들은 MZ세대 직장인들의 조직에 대한 로열티 부족을 걱정한다. 요즘 애들은 자기만 생각한다고. 그러나 시야를 돌려보면 MZ세대를 만든 원인은 변화를 거부하고 기득권을 지키려 하는 선배들에게서 찾을 수도 있다.

앞으로가 걱정이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산업은 융합과 첨단산업 중심으로 더 빠르게 변화하는 중이고, 이 같은 변화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의 핵심 포인트다. 유연성이 떨어지면 국가 뿐 아니라 기업, 그리고 개인까지 '부의 불균형'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젊은 세대들은 희망이 없다. 일해도 부자가 될 수 없으니. 희망을 줘야 일에 대한 열정을 더 가질 수 있고, 그만큼 부가가치도 창출한다. 예나 지금이나 자원이 없는 국내 산업의 현실을 고려하면, 결국 인적 자원 육성 밖에 답이 없다. 변화의 막차를 타야 하는 결단의 시점이 임박했다. 지금의 과실을 더 가져가겠다는 이기주의와 대립만 반복하면 10년 뒤 곳간에는 남을 것이 없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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