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칼럼] 핀테크 소용돌이, DLF판결과 금소법규제
최근 금융업계와 핀테크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두 사건이 있었다. 하나는 지난달 27일 선고된 DLF(파생결합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우리은행 임직원에 대한 중징계 제재처분 취소 판결, 다른 하나는 그로부터 열흘 뒤에 발표된 금융위원회의 온라인 금융플랫폼 서비스에 대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적용기준이다. 전자는 전통적인 금융업계에, 후자는 핀테크업계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이슈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언뜻 보면 별 상관 없는 두 사건이지만, 핀테크와 금융업계에 제시하는 시사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서울행정법원은 우리은행이 판매한 DLF상품의 대량 손실과 소비자피해가 발생하자 금융감독원이 부문검사를 통해 적발된 내용을 기초로 한 제재처분이 재량을 일탈한 것으로 보아 취소 판결을 내렸다. 내용은 복잡하나 간단히 요약하면, 금융회사가 법정사항이 포함된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 놓은 이상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는 이행한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마련해 둔 내부통제기준의 일부 흠결이나 실제 운영상 문제점을 '마련의무' 위반으로 해석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는 확장해석이라는 것이다. 어찌보면 법률가의 시각에서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제 행정규제의 실무와 시장의 현실에 비추어보면 획기적인 판결이기도 하다.
판결의 취지에 관하여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당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두 가지 지적을 남겼다. 하나는, 이 건의 근본적인 문제는 지배구조법과 감독규정의 불명확성에 있고, 제대로 된 감독행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예측가능성 있는 명확한 법령과 기준의 입법적인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재판부의 표현에 따르면 "금융감독당국이 결과에서 유추하여 그에 꿰맞추어 조사결과 나온 문제점에 관한 책임을 사후적으로 묻기 위한 방편으로 이 사건 내부통제규범 마련의무 부과 규정을 이용하는 것은 법치행정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으로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반면, 재판부는 내부통제규범과 기준을 위반하거나 형해화시킨 금융기관 내부의 조직적 행태와 문제점을 판결문에 가급적 낱낱이 적시함으로써, 금융회사의 일련의 의사결정 과정과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와 조직적 부당행위가 있었다는 점 또한 명확히 드러내고자 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판결에 대하여는 두 가지 정도 생각해볼 대목이 있을 것 같다. 우선, 행정법령 특히 금융감독실무에 있어서 행정편의적으로 이루어지는 불확정 개념의 자의적 해석을 통한 규제와 감독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판결의 취지가 금융회사와 금융시장에 대한 감독과 통제가 제한돼야 한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라는 점 또한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감독당국과 사법당국의 입장 모두 보다 예측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규제에 기반한 감독과 검사, 제재가 이뤄져야 금융의 공공적 기능과 소비자보호가 담보될 수 있다는 전제에 입각한 것이라는 점을 놓치면 안된다.
핀테크의 경우는 어떨까? 전자금융업자는 일단 지배구조법상 금융회사는 아니므로 당장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은행, 증권, 보험 등으로 사업부문을 확장하면서 본격적인 금융권역으로의 진입을 시도하는 이상, 이러한 규제당국과 사법당국의 시각을 결코 경시하여서는 안될 것이고, 금융산업의 본질에 가까워질수록 이러한 내부통제와 공공성, 사회적 기능에 관한 요구가 강해질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금융위가 발표한 온라인 금융플랫폼 규제에 대한 금소법 규제기준에 관해서도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위는 금소법의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그동안 광고대행의 구조로 활발하게 전개되던 플랫폼의 금융상품 비교추천서비스, 정보제공 및 투자연계 서비스, 맞춤형 금융정보 제공 서비스를 원칙적으로 금소법상 규제대상인 '중개'로 보는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서비스의 위법 소지를 해소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핀테크 사업자들의 일부 서비스가 중단되고 주가도 요동치는 현상도 발생했다. 당국의 규제 강화의 태세전환으로 해석하여 비판하는 시각도 다수 존재한다.
쉽지 않은 이슈이다. 선악 구도의 일도양단적인 시각도 합리적이지 않다. 기존의 개별 법령에서 모집/중개와 광고에 관한 기준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금소법 시행 이후 당국에서는 일관되게 엄격해석의 입장을 표명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규제의 사각지대로 불리우던 CPC(Cost per Click), CPS(Cost per Sales) 기반의 개인화된 마케팅 서비스에 대하여 금융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어느 정도 명확한 기준을 정립할 필요성도 있다. 다만, 시장에서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는 하소연도 일리가 있다. 서비스와 어플리케이션의 개발과 운영, 프로세스와 시스템의 기획과 변경에는 실무적으로 엄청난 시간과 리소스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핀테크 서비스의 소비자 편의성과 금융혁신성도 간과하여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어찌되었든, 일단 지금 상황에서는 정책방향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시장에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실행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 본격적으로 금융산업의 권역에 진입하는 경우 공공성과 책임, 그리고 소비자보호의 가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정책적 방향성은 더욱 확고하게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융혁신과 소비자 편익의 관점에서, 기존의 금융회사(공급자) ' 소비자(수요자) 구조의 단선적인 금융서비스 공급구조를 전제한, 일사전속 규제와 같은 모집·중개 규제에 관한 세부적인 재구성도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정책당국이 예정하고 있는 기존의 진입규제 관련 핀테크 기업의 중개업 등록에 대한 후속 조치계획에서 다양한 애로사항과 관점을 고려한 지혜로운 기준과 방안이 제시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결국 DLF 판결과 금소법상 규제기준 이 두 사건이 주는 시사점은 국가가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금융산업은 그 자체로 공공성과 책임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그러한 강화된 방향성과 시스템 하에서 보다 합리적인 규제체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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