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슈퍼위크 첫날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쏜 北

정다슬 입력 2021. 9. 13. 19:01 수정 2021. 9. 13.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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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일 시험발사..1500km 표적 명중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 존재 공개
13~14일 한미일 북핵수석 회담, 14~15일 中 왕이 방한
북한 국방과학원은 9월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장거리순항미사일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 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13일 북한이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고 공개했다. 탄도미사일과 달리 순항미사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대상이 아니다. 미국 등 국제사회와의 정면 대결을 피하면서도 훨씬 강화된 무기체제를 공개해 위협 수위를 높여 향후 진행될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주는 한·일 북핵 수석대표 회담을 시작으로 한·미·일, 한·일 북핵 수석대표 회담,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 제76차 유엔 총회가 시작되는 ‘외교 슈퍼위크’다.

한반도 전역·일본까지 사정권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방과학원은 9월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발사된 장거리순항미사일들은 우리 국가의 영토와 영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7580초를 비행하여 1500㎞ 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공개한 7580초는 126분으로 두 시간 넘게 순항미사일이 비행한 셈이다.

순항미사일은 항공기처럼 제트엔진의 추진력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이다. 엔진과 동체에 달린 날개 조작으로 비행방향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대신 로켓의 폭발적인 힘으로 치솟아 포물선 궤도를 그리며 날아가 속도와 파괴력이 큰 탄도미사일보다는 속도가 느리다. 또 탄도미사일은 탄두부의 무게가 무거워 핵탄두 등을 실을 수 있지만, 순항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려면 소형화를 통해 탄두 무게를 줄여야 한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만 문제 삼은 것 역시 사실상 탄도미사일만이 핵 무기 등 대량파괴수단의 운반수단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번 장거리 순항미사일 역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되, 직접적인 대응이 나서지 않을 정도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순항 미사일 개발을 마냥 좌시할 수는 없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실험에서 성공했다고 발표한 미사일의 비행조종성, 복합유도결합방식에 의한 말기유도명중정확성 등은 탄도 미사일에도 적용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발전하면 순항미사일에도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특히 과거 150~200km였던 북한의 단거리 순항미사일에 비교해 이번 장거리 순항미사일은 사거리가 1500km까지 늘어나 한반도 전역은 물론 주일 미군기지까지 사정권에 들어갔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발사에 대해 “한미 정보 당국간 긴밀 공조하에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활동은 북한이 군사 프로그램 개발에 계속 집중하고 이웃 국가와 국제사회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며 “우리는 상황을 계속해서 추적 관찰할 것이고 우리 동맹들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대한민국과 일본의 방어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철통같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단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당시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태도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한층 더 진중한 태도다.

일본 역시 이번 시험발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유엔 안보리는 2017년 12월 결의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어떠한 발사도 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결의를 재확인했다”며 “이번 사안이 이에 해당하지 않는지 분석을 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대응도 그 안에서 판단하고 싶다”고 말했다. 순항미사일이라고 할 지라도 탄도미사일 기술이 활용됐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보고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5개년 계획 하 2년동안 준비…무기 개발 지속

북한은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가 당 8차 대회가 제시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2년에 걸쳐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의 존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속도와 수위 조절을 계속하고 있을 뿐이지 정해진 스케줄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은 구속력이 있는 당 지침으로 앞으로도 더 강력한 무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임을 예고한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 신형 무기를 공개한 데에는 한국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성공에 자극을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우리의 국방력 강화는 방어적이고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공격적이라는 편향적 논리는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는 점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한 데 이어 6개월 만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북한이 갈수록 도발 수위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역시 시험대에 놓이게 됐다. 한미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인도적 대북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만, 북한은 대북 제재 완화 등을 선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어 이같은 논의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북한의 잇따른 무력 도발은 대화를 위한 대가를 주지는 않겠다는 미국의 입장을 더욱 강경하게 만들고 있다.

아울러 오는 15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나올 메시지 역시 관심이 쏠린다. 그간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 방안으로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한반도 비핵화와 영구적 평화실현)을 주장해 왔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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