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국내선 도와주는 이가 없다"..공정위 향해 쓴소리(종합)
기사내용 요약
"HMM은 단계적 매각 추진"
"쌍용차 '먹튀' 가능성 낮아"
"대우조선 합병 반대, 책임질 수 있나"
"대우조선 매각, 법적으로 문제없다"
[서울=뉴시스] 정옥주 최홍 기자 =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구글과 아마존을 규제하려 하면 미국 당국은 보호하고 나선다. 그런데 우리는 다른 곳(경쟁당국)들이 하는 것 보고 하려고 기다리는 것 같아 섭섭하고 유감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13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위한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날렸다.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공정위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날 열린 '최임 4주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과 관련한 질문에 "양대 항공사간 결합이므로 워낙 방대해 심사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나 심사일정은 각국 경쟁당국의 권한이므로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 회장은 "우리 경쟁당국이 산업적 관점과 부실기업의 도태시 되는 파장을 놓고 보면 전향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더군다나 항공산업은 국내 경쟁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간의 사활이 걸린 경쟁"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 경쟁당국이 앞장서서 다른 경쟁당국 설득을 해줬음 좋겠다"며 "만약 EU 경쟁당국이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빅테크를 규제한다 하면 미국 당국이 보호하고 나서는데 우린 다른 곳 하는 것 보고 기다리는 것 같아서 좀 섭섭하고 유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공정위에 괘씸죄 걸릴지 모르겠지만 아시아나-대한항공 결합은 대한민국 항공산업 생존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불가피하고 필수적인 조치"라며 "그런 시장과 산업적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길 공개적으로 읍소한다"고 작심 발언했다.
이 회장은 특히 "대우조선해양도, 아시아나항공도 그렇고 산업재편의 문제인데 국내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없다"며 "과거부터 산업재편을 제대로 해오던지, 아님 이제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를 정부가 전향적으로 해야 하는데 항공사간 합병, 조선사간 합병으로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탐내겠다는 것이 아니고, 각국 경쟁이 워낙 심해서 그럴 상황도 아니니 전향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이 회장은 "주주들이 건전한 감시활동을 통해 대주주를 지속적으로 견제할 필요가 있다"며 "건전한 감독을 위해 뜻을 같이 하는 주요 주주와 협력방안을 추진해 협력방식 등을 논의 중이며 MOU 체결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반도건설과는 사전 면담을 통해 공감과 협력의사를 밝혔다"며 "KCGI의 경우 강성부 대표가 엑시트 의사를 밝혔는데 실무진들이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MM(옛 현대상선)과 관련, 원활한 M&A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산은이 보유한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사항은 없지만, 향후 원활한 M&A 여건 조성을 위해 보유 지분을 단계적 매각할 필요는 있다"며 "다만 지분 매각은 정부의 정책적 고려와 시장 여건 등을 감안해 유관 기관과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HMM이 올해 상당 부분 수익이 생긴 만큼 그것을 가지고 어떻게 재무구조를 개선할지, 경쟁력을 높일지 고민해야 한다"며 "향후 어느정도 구조조정 목적이 달성되면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HMM을 매각하는 단계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회장은 현재 HMM이 정상화 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HMM 정상화는 시기상조"라며 "HMM이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달성하게 된 배경에는 직원들 노력도 있지만 우호적인 경영 환경 덕이 크다는 걸 잊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HMM은 지난 10년간 적자를 낸 기업"이라며 "몇년안에 시황이 정상화되면 해운 운임이 낮아져 HMM의 수익성이 다시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 회장은 "노사 문화 개선도 중요하다"면서 "매년 실시되는 임단협과 호봉제를 개선해야 한다. 이들은 구조조정의 최대 장애물 중 하나"라고 당부했다. 앞서 최근 HMM 노사는 극적으로 임단협을 타결했다. 노사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향후 3년간 임금 정상화 방안 및 성과급 제도를 마련하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해선 "당초 컨테이너선이 승인심사 주안점이 될 줄 알았는데 LNG선이 급증하면서 문제가 돼 이 부분을 면밀하게 심사하고 있다"며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해서는 이번 거래성사가 꼭 필요한 만큼 현대중공업과 협력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간 합병을 반대하는 목소리에 대해선 "대우조선을 책임질 자신 있으면 말하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현재 대우조선 노조와 지역사회, 지역 정치인들은 격렬하게 대우조선 합병을 반대하고 있고 경쟁당국 앞에 가서 기업결합을 취소하라고 압박도 한다"며 "이는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에 굉장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이 정부의 금융지원 없이 독자생존할 자신 있다면 강력히 말해달라"며 "그렇다면 정부를 설득해 모든 금융지원을 끊고 홀로서기 하도록 설득하겠다.모든 자유에는 책임이 수반된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 '졸속' 매각 논란과 관련해서는 "법률적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KDB인베스트먼트(KDBI)가 지난 6월5일 진행한 본입찰에서 중흥건설 측은 2조3000억원을, 경쟁사인 스카이레이크 컨소시엄은 1조8000억원을 써냈다. 하지만 중흥건설이 인수 조건 조정을 요청했고 KDBI가 이를 수용해, 결국 중흥건설이 당초 제시한 가격보다 2000억원 낮은 가격으로 우선협상대상자가 돼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대우건설 매각 절차의 권한을 KDBI가 하도록 위임했다"며 "지금도 충분히 투명하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필요하다면 매각 절차의 공정성·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사항은 대우건설 매각 절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말씀을 못드린다"며 "다만 지금 보고 받은 바에 따르면 대우건설 매각 절차는 법률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15일 본입찰을 마감하는 쌍용자동차의 정상화와 관련해선 신규 투자자의 실현 가능한 사업계획과 쌍용차 노사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쌍용차 인수 후보자가 평택 부지의 차익을 노리고 인수전에 뛰어든 것이 아니냐는 '먹튀' 우려에 대해서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쌍용차는 제대로 된 사업주체가 구체적으로 실현가능한 사업계획을 가져오긴 전엔 만사휴의(萬事休矣·모든 일이 전혀 가망이 없는 절망과 체념의 상태)"라며 "산업은행이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잘 마무리되기 위해선 신규투자자의 진실성과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사업계획 못지 않게 쌍용차 노사 협조도 중요하다"며 "노사 협조없이는 신규투자자가 정상화하기 매우 어렵다"며 "따라서 그 모든 것을 평가하겠다"고 강조했다.
먹튀 논란에 대해선 "현재 공장 이전을 확정되지 않은 계획이고, 계획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최소 7~8년이라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매우 불확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불확실성을 가지고 투자자가 쌍용차 투자 결정하진 않을 것"이라며 "이 부분을 예의주시하곤 있지만 하루 아침에 먹고 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 가볍게 생각하고 부동산 투기가 될 우려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20조원 규모의 정책형 뉴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성장금융) 투자운용본부장에 금융 경력이 전무한 문재인 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 인사가 낙점된 것에 대해선 "산은은 성장금융의 소수지분인 8.7%만을 보유하고 있다"며 "전통적으로 성장금융의 독립적인 책임경영을 존중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별개로 뉴딜펀드의 출자자로 성공적인 조성과 투자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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