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플랫폼, 비교·추천 서비스 축소·문구 수정 나서

대출 비교는 판매대리·중개업 등록으로 영업 가능

금융플랫폼의 보험·펀드상품 안내 화면.

카카오페이 등 금융 플랫폼 업체들이 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문구를 수정하고 있다. 정부가 핀테크·빅테크의 금융상품 중개 행위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후속 움직임이다. 다만 현행법상 영업이 가능하거나 위법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서비스는 당분간 이어나가기로 했다.

13일 토스·카카오페이 등 주요 금융플랫폼 업체는 펀드·신용카드·대출 등 금융상품 추천 화면을 개편하고 있다. 토스는 최근 신용카드 추천 화면에서 ‘○○○을 위한 신용카드 탑10’ 문구를 삭제한 대신 ‘이번달 인기카드 탑10’ 형태로 안내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금융위원회는 가입자의 정보를 토대로 적합한 신용카드를 추천하는 행위가 중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중개 논란을 피하기 위한 금융플랫폼의 대처란 얘기다. 카드 중개를 하려면 여신금융업법 상 중개인으로 등록해야 한다.

토스 쪽은 “기존에도 개인정보를 토대로 한 맞춤형 광고는 아니었고 단순히 사용자 이름을 불렀던 것”이라며 “맞춤형 추천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어 안내문구를 바꿨다”고 말했다. 자산관리 앱인 뱅크샐러드도 가입자가 보유한 카드의 소비패턴으로 맞춤형 카드 추천서비를 하고 있는데, 서비스 수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펀드·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대출) 중개는 플랫폼 기업이 앞으로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법상 투자권유대행인 등록은 개인만 할 수 있어서다다. 이에 따라 카카오페이·뱅크샐러드는 최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상품 추천 서비스를 중단했다. 카카오페이는 펀드상품도 소개하고 있는데 역시 금융위로부터 미등록 중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간 카카오페이 쪽은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증권이 판매업자로서 허가를 받아 펀드상품을 판매하는 것이고 카카오페이는 판매·중개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해왔다. 카카오페이는 최근 앱의 ‘투자’ 화면에 “투자서비스 및 투자상품은 카카오페이증권이 제공한다”는 안내창을 띄우고, 화면 곳곳에 ‘카카오페이증권’ 글자를 표시했다. 소비자가 ‘카카오페이’가 아니라 ‘카카오페이증권’과 계약하는 것이라고 인식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단순히 판매업자를 강조하는 정도로는 위법소지가 해소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낸 바 있어 당국의 추가 판단이 남아있다.

플랫폼의 보험상품 중개·추천도 일부 축소되고 있다. 금융위는 플랫폼의 보험료 조회·비교 서비스나, 보험 상품 분석이 중개 또는 자문행위에 해당해 관련 허가를 얻어야 한다고 했다. 자동차보험료를 비교해 가입을 연결해주던 카카오페이는 해당 서비스를 중단했다. 보험 보장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맵은 고객 맞춤형으로 상품 순위를 매겨 추천하는 방식을 없앴다. 다만 보맵 쪽은 “핵심 서비스인 보장분석과 보험상품 판매는 구체적으로 법령 해석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당장 중단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플랫폼이 중개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영역은 서비스를 이어나갈 공산이 크다. 신용정보를 토대로 맞춤형 대출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가 그 중 하나다. 플랫폼 기업이 대출중개를 하려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자로 등록하면 된다. 카카오페이·토스 등 핀테크 업체들은 이미 금융위에 면허 신청을 해놓은 상태로,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