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소관 업무냐"..통상전선 확대에 산업부-기재부 기싸움

세종=김우보 기자 2021. 9. 1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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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 통상 전선이 확대되는 가운데 통상 업무 소관을 두고 부처 간 미묘한 파열음이 증폭되고 있다.

그간 통상 마찰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 교섭 과정에서 주로 나타났으나 미중 갈등과 맞물려 공급망과 백신·환경 문제를 둘러싸고 국가 간 신경전이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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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구 통상본부장 첫 통추위 주재
백신 공급망·탄소중립 등 다루자
기재부 "부처간 업무 혼선" 제동
컨트롤타워 없어 마찰 계속될 듯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1차 통상추진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 제공=산업부
[서울경제]

국가 간 통상 전선이 확대되는 가운데 통상 업무 소관을 두고 부처 간 미묘한 파열음이 증폭되고 있다. 그간 통상 마찰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 교섭 과정에서 주로 나타났으나 미중 갈등과 맞물려 공급망과 백신·환경 문제를 둘러싸고 국가 간 신경전이 확산됐다. 이에 통상 정책을 도맡아온 통상교섭본부가 업무 영역을 넓히려 하자 부처 총괄 기능을 맡아온 기획재정부가 부처 간 업무 혼선을 우려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1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일 취임 후 첫 통상추진위원회를 개최했다. 회의 안건으로는 백신 통상과 공급망, 탄소 중립 등 전에 다루지 않던 의제가 상정됐다. 통추위는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통상 현안을 다루는 범부처 논의 기구로 그간 FTA 협상 시 부처 간 의견을 종합하는 기능을 주로 맡아왔다.

회의에 참석한 복수의 인사들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 참석한 기재부 고위 인사가 상정된 안건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백신 공급 문제 등을 다루는 별도의 논의 기구가 있는데 통추위에서 이를 중복해서 다루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인사는 “백신 수급을 총괄하는 범정부 백신 태스크포스(TF)가 있는데 통추위에서 해당 안건을 추가로 다루면 부처 간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고 기재부는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통추위가 각종 현안에 ‘통상’이라는 이름을 붙여 업무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양측이 소관 업무를 두고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교섭본부는 지난해 말부터 교섭본부 주도로 범정부 대외 협력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의 통상협력촉진법을 도입하려 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대외 협력 문제를 총괄하는 협의체인 부총리 주재 대외경제장관회의가 정례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반대 의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의 범주가 넓어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부총리와 교섭본부장이 각각 주도하는 별개의 협의체가 가동되면 정부의 의사결정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시각이다.

하지만 교섭본부는 통상의 영역이 전보다 넓어진 만큼 보다 업무 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미중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자국 주도로 공급망을 설계하기 위해 편 가르기가 본격화한 데다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백신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려는 주요국 간 물밑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주요 대외 정책을 기재부가 주도적으로 발표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섭본부가 카운터 파트로 삼는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가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최근 업무 영역을 넓힌 점도 고려됐다. 실제 불공정 무역에 대응한 무역 장벽 설계에 집중해왔던 USTR은 지난 3월 미국 공중보건에 중요한 장비·물자에 대한 공급망 회복 등을 통상 정책 의제로 설정하며 업무 범위를 확대했다.

교섭본부와 기재부 입장이 엇갈리는 터라 양측의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조직 개편을 앞두고 통상본부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립대학의 한 통상 전문 교수는 “통상의 범주가 점점 넓어지고 있는데 업무를 분담할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생기는 문제”라며 “미중 갈등에 따라 통상 분쟁이 첨예해질 텐데 사사건건 부딪치면 일선 부처 간 협업이 삐걱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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