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10년간 1조..서울시가 시민단체 ATM기로 전락"

박경훈 기자 2021. 9. 13.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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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바로 세우기' 발표
전임 故 박원순 시장 재임 기간
시민단체 보조정책 고강도 비판
"특정 단체가 선정·감독 도맡아
비정상적 예산편성 정상화 할것"
'박원순 흔적지우기' 신호탄 분석
[서울경제]

오세훈 서울시장이 고(故) 박원순 전 시장 재임 기간에 대규모로 이뤄진 시민 단체 보조 지원 및 위탁 사업과 관련해 “시민의 혈세로 어렵게 유지되는 서울시의 곳간이 시민 단체 전용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전락해갔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앞두고 잘못된 예산 배정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한편 ‘박원순 흔적 지우기’를 본격화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서울시청에서 민간 보조·위탁 사업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오 시장은 13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온라인으로 발표하며 “지난 10여 년간 시민사회 분야 민간 보조·위탁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뿌리 박힌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모든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민간 보조금·위탁금으로 지원된 총금액이 무려 1조 원 가까이 된다”고 지적하면서 “그 액수가 모두 낭비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집행 내역을 일부 점검해보니 정말 안타깝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관련 예산이 사용된 세부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오 시장은 박 전 시장의 재임 기간 추진된 마을 공동체 사업, 청년 사업, 사회 투자 기금, 사회 주택 등을 사례로 제시하면서 시민 단체 보조·위탁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특정 시민 단체가 중간 지원 조직이 돼 다른 시민 단체들에 보조금을 지급해왔다”면서 “시민 단체 출신 인사들은 임기제 공무원으로 서울시 도처에 포진해 위탁 업체 선정에서부터 지도·감독까지 관련 사업 전반을 관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이야말로 ‘시민 단체형 다단계’라고 할 만하다”며 “처음부터 시청과 구청 공무원이 집행하고 정산하게 하면 될 것을 중간 지원 조직에 맡겨 위탁금이 사용되고 수탁 단체는 시 예산으로 보조금을 나눠주고 생색을 내는 기발한 사업 구조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특정 시민 단체에 혜택이 주어졌고 결국 예산 낭비로 이어졌다는 판단이다.

시민 단체가 참여하는 대표적인 사업으로 꼽히는 마을 공동체 조성 사업은 주민자치 확대를 위해 지난 2012년 출범한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시민 단체 ‘사단법인 마을’이 사업 초기부터 위탁 운영을 맡아 특정 시민 단체에만 혜택이 돌아갔고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규 위탁 운영 기관 선정을 담당하는 서울시 시민협력국 지역공동체과장에는 해당 시민 단체 출신 인물이 임기제 공무원으로 임용됐다. 서울시는 현재 신규 위탁 운영 기관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인데 이번에도 해당 시민 단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은 최근 마을 공동체 사업, 사회 주택 사업, 태양광발전 보급 사업 등 전임 시장 시기에 추진된 정책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10일 기준 조사·감사를 진행 중인 사안은 총 27건이며 이 가운데 주요 사안으로는 노들섬 복합 문화 공간, 사회 주택, 태양광 보급, 청년 활력 공간, 플랫폼창동61 등 5건을 꼽았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한 시의회와 관련 시민 단체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시민사회 분야 민간 보조·위탁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은 저뿐만이 아니라 시의회에도 주어진 견제와 균형의 사명”이라면서 “긴 세월 민간 보조·위탁 사업을 해오던 단체들이 그동안 당연하다는 듯이 누려온 특혜가 사라지는 것에 위기의식을 느껴 집단 저항을 한다면 이는 결코 올바른 길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오 시장의 이러한 방침은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서 자신의 시정 철학을 본격적으로 구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의회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의 시민 단체 보조·위탁 정책 예산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확대됐기 때문에 내년 예산안에 오 시장의 정책을 반영하려면 기존 정책에 대한 예산을 새롭게 편성하고 배정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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