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업 투자여건 개선을"

코로나에 폐업·생산능력 저하
2년새 잠재성장률 0.4%P 뚝

코로나19 타격에 우리나라 경제 체력이 급격히 고갈되고 있다는 한국은행 경고가 나왔다. 한은은 "신성장 산업 지원을 강화하고 기업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처방했다. 13일 한은이 발표한 '코로나19를 감안한 우리 경제 잠재성장률 재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터진 감염병 사태 등으로 2019~2020년 잠재성장률은 0.3~0.4%포인트, 2021~2022년 잠재성장률은 0.2%포인트 깎여 나간 것으로 추산됐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생산 수준으로, 통상 한 나라 경제 체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가뜩이나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들고 있었는데 코로나19 타격이 가세하며 잠재성장률이 깎이는 폭이 더 커진 것이다.

2021~2022년 평균 잠재성장률은 2.0% 수준으로 추정됐다. 코로나19 충격에 대면 서비스업 폐업 등 고용이 악화하고 서비스업 생산 능력까지 저하돼 잠재성장률을 0.2%포인트 끌어내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모델로 분석해보니 팬데믹 기간이 포함된 2019~2020년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2.2% 안팎으로 한은이 2019년 8월 내놨던 종전 추정치(2.5~2.6%)에 비해 0.3~0.4%포인트 낮아졌다.

한국 경제 기초체력이 부실화하는 속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2001~2005년 잠재성장률이 5.1%였던 데 비하면 불과 20여 년 사이에 반 토막 났다.

중장기 추세에서 원인을 찾아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총요소생산성(0.9%포인트)이 1%포인트 이내에서 정체된 게 이유다. 쉽게 말해 아무리 자본과 노동력을 쏟아부어도 기술, 경영 혁신 등이 약해지면서 한국 장기 성장률이 깎여 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4%대 성장 기여분 중 절반은 기저효과"라면서 "2023년 이후로는 재정·통화정책 약발이 떨어지며 성장 측면에서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