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기업마저 직원 줄였다..올해 상장사 47%가 감원나서
불투명한 경기로 투자 줄이고
치솟는 최저임금에 고용 꺼려
기업 13%는 올해 실적도 악화
13일 한국경제연구원이 2018~2021년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1816곳의 직원 규모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전체 상장사 중 47.3%인 859곳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직원을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코스피 상장사에서 직원 감축이 더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상장사는 688곳 가운데 333곳(48.4%)이, 코스닥 상장사는 1128곳 중 526곳(46.6%)이 직원을 줄였다.
올 상반기 직원을 줄인 상장사 비중은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됐던 지난해(51.4%)보다는 4.1%포인트 줄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43.0%)에 비해서는 4.3%포인트 늘었다. 상반기 상장사 전체 직원 수는 144만1000명으로 지난해(145만3000명)보다 1만2000명 줄었다. 코로나19 국면 이전인 2019년(148만6000명)과 비교하면 4만5000명이 감소했다.
상장사들은 고용 축소 이유로 △불투명한 향후 경기 △실적 둔화 등에 따른 투자 감소 △최저임금 인상 등 고용비용 증가 등을 꼽았다. 한 상장사 임원은 "고용이 늘려면 경기 불확실성과 기업 규제 여건이 풀려야 하는데, 뭐 하나 해소되는 부분이 없다"며 "신규 채용 축소를 넘어서 종전 고용까지 줄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장사는 국내 기업 활동 열 중 넷을 차지하는 경제 주축이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사업 구조와 현금 흐름을 갖고 자본시장의 검증을 거쳐 증시에 올라간 기업이기 때문이다. 자산 총액이 120억원 이상인 전체 기업(외부감사 대상 법인) 가운데 상장사 영업이익 비중은 37%에 달한다.
이런 상장사 고용마저 흔들린다는 것은 일자리 위기가 일반 기업에서 우량 기업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직원 감축에 실적까지 후퇴하는 기업 또한 적지 않다. 상장사 240곳(13.2%)은 올 상반기 직원뿐만 아니라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감소하며 '삼중고'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매출액·영업이익·직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모두 감소한 기업은 코스닥이 156곳(13.8%), 코스피는 84곳(12.2%)으로 집계됐다.
7월 이후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하반기 고용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이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8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만7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증가세가 꺾인 것이다. 숙박·음식점 등 대면 서비스업 경영난에 실업자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숙박·음식업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이어지자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가 1만9000명 줄어 7월(1만5000명 감소) 대비 감소 폭이 확대됐다. 전체 실업급여 지급액도 6개월 연속 1조원대를 돌파했다. 지난달 실업급여 수혜자는 64만7000명, 지급 금액은 1조371억원으로 집계됐다.
[김정환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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