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이준석''너무 용감한 홍준표'..강준만이 본 보수는?

정영현 기자 2021. 9. 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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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간 '인물과사상' 제2권서 보수 인물 분석
"나라와 국민 위해..보수도 비판할 것"
"홍준표, '독고다이' 기질 통제 필요"
"이준석, 싸가지 면책특권 시험대 올라"
이재용, BTS, 김용민 등도 신간서 다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서울경제]

“발칙한 이준석이 흘러넘치는 자신감을 잘 통제하면서 부디 자신의 ‘싸가지 관리’에 유념하면 좋겠다”

“정치적 계산도 없고, 여론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대통령이 되겠다? 난센스다. 홍준표는 덜 용감해져야 한다”

현 정권 들어 진보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 돌직구를 거침 없이 날려온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가 보수 쪽으로 시선의 방향을 확 틀었다. 강 교수는 널리 알려진 대로 진보를 비판하는 진보 인사다. 저서 ‘부족국가 대한민국’에서 “나는 보수에 애정이 없다. 보수가 잘되게끔 애를 쓰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밝혔을 정도다. 그랬던 강 교수가 보수권 인사 분석에 나섰다. 오는 24일 공식 출간되는 사회 비평서 ‘The 인물과 사상 02’에서 강 교수는 “누가 잘되건 나라와 국민만 잘되면 그만 아닌가.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며 앞으로 성역 없는 분석의 스펙트럼을 넓히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선언 후 첫 번째로 분석한 인물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다. 강 교수는 제1장 제목을 ‘발칙한 이준석’으로 정하고 “‘싸가지 면책특권’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한다. 강 교수는 현재 이 대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그의 성장 과정을 하나 하나 짚는다. 강 교수는 서울과학고, 하버드대 출신인 이 대표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율사 출신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화합하지 못하는 건 자연스럽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소년급제 저주 조심하란 말 꼰대 소리 아냐”

이 대표의 문제점으로는 다변과 급한 성격을 꼽는다. 또 강 교수는 “문제 제기 방식이나 화법엔 싸가지가 없으며, 비판도 거칠고 오만할 때가 많다”며 “흘러넘치는 자신감이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물론 강 교수가 ‘싸가지 없음’ 자체를 문제 삼는 건 아니다. 강 교수는 “50년 전 김영삼과 김대중이 ‘40대 기수론’을 내세웠을 때, 그들에게 싸가지가 있었다고 생각하는가?”라면서도 “싸가지는 맥락이 중요한 개념”이라고 부연한다. 이 대표의 ‘능력주의 예찬’‘페미니즘’ 비판 등은 맥락을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옛 사람들이 ‘소년 급제’‘소년 등과’의 저주를 조심하라고 경고한 건 케케묵은 꼰대의 목소리가 아니다”며 “계속 발칙하면서도 겸손해야 할 때 겸손한 이준석을 보고 싶다”고 말한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체인지 대한민국, 3대 약속' 발표회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여론 의식 않고 대통령 되겠다? 난센스”

강 교수는 최근 윤 전 총장을 치고 올라온 야권 대권 주자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이번 책에서 주목했다. 제4장 ‘너무 용감한 홍준표’에서 강 교수는 홍 의원에 대한 이야기를 과거 홍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할 뻔 했던 에피소드로부터 시작한다. 1996년 1월 노무현 등 당시 이른바 ‘꼬마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이 ‘전직 검사 홍준표’의 집을 찾아가 입당을 권유했고, 그도 민주당 입당을 원했으나 결론적으로 민자당에 입당하게 된 사건이다. 강 교수는 “흙수저 출신으로 살아온 데다 대학 시절 민주화 시위 경력까지 있었던 홍준표 삶의 궤적은 진보와 더 친화성이 있었다”고 말한다.

강 교수는 홍 의원이 이미지 정치에 소홀했고, 이에 더해 ‘지나친 막말’이 회자 되면서 진보에 의해 ‘악마화’됐다고 평가한다. 경남도지사 실절 진주의료원 폐쇄나 무상급식 폐지 등의 논란을 ‘막말’이나 ‘버럭’ 대응으로 끝낼 게 아니라 좀 더 심도 있는 논의의 장으로 끌고 갔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진정한 진보라기 보다는 감성 집단에 불과한 한국 진보”와의 싸움에서 홍 의원이 정치인으로서 손해 보는 게임을 했다는 것이다.

또 강 교수는 홍 의원이 대통령을 꿈꾼다면 ‘독고다이(홀로 결정하고 처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 일본어에서 온 속어)’ 기질을 이제는 통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강 교수는 “홍준표는 정치적 계산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며, 옳고 그름의 판단에 따라 말하고 행동할 뿐이며, 옳다고 생각하는 말은 하는 사람이라고 믿는다”면서 “하지만 그게 문제”라고 강조한다. 강 교수는 “정치적 계산도 없고, 여론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대통령이 되겠다? 난센스”라며 “맥락을 고려해 메시지의 수위와 표현 방식을 조절할 줄 아는 마인드 역량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밖에 강 교수는 이번 책에 ‘왜 국민의 3분의 2는 이재용 사면을 원했을까’ ‘왜 BTS는 살아 있는 자기계발서인가’ ‘윤석열 비판 콘텐츠가 드러낸 민주당의 본질’ 등에 관한 글도 함께 실었다.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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