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은 회장 "반도건설과 한진칼 감독 협력..HMM 지분 단계적 매각할 것"

조귀동 기자 2021. 9. 1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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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조선업 합병, 경쟁당국 적극적으로 앞서달라"
"대우건설 매각 절차 법률적으로 문제없어"
"쌍용차 새 주인 향후 경영계획 명확해야..공장 이전 어려울 것"
"구조조정 기업, 호봉제 없애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한진칼 소수 주주인 반도건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필요하면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원태 회장 등 대주주를 견제하기 위해 반도건설을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또 HMM 보유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하는 대신, 영구채 정리는 HMM이 정상화된 이후 과제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13일 온라인으로 열린 취임 4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KDB산업은행

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앞장서달라”고 말했다. 중흥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KDB인베스트먼트가 재협상을 해 3000억원을 낮춰준 것에 대해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회장은 향후 구조조정 기업들이 호봉제 기반의 임금 구조를 바꾸도록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회장은 13일 취임 4주년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한진칼과 관련해 “주주들이 건전한 감시활동을 통해 대주주를 지속적으로 견제할 필요가 있다”며 “주요 주주와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반도건설과 사전 면담을 해 협력 방안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KCGI의 경우 “강성부 대표가 지분 매각 의사를 밝혀 좀 유동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의 협력 추진 여부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필요할 경우 MOU 체결 등의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 KCGI 대표,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향후 HMM 매각 과정에 대해서 “향후 원활한 매각을 위해서 산업은행의 보유 지분을 정리해 몸을 가볍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경영권 지분을 유지하는 전제로 산은 지분을 매각하고, 매각 대금으로 정책 지원 자금을 마련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구채에 대해서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입각해 지원한 것이므로 정부 유관 기관과 협의 후 처리할 것”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이었다. “정부 기관과 협의는 정상화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흥건설의 대우건설 입찰 과정에서 기존 낙찰가를 중흥건설이 수용하지 않으면서 결국 재입찰을 해 중흥건설이 매입가를 3000억원 낮춘 것에 대해 이 회장은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KDB인베스트먼트의 매각 과정을 점검하고, 향후 매각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5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플래티넘(Platinum)호’가 부산신항 HPNT에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있다. /HMM 제공

15일 매각 본입찰이 이뤄지는 쌍용차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사업 주체가 제대로 된 사업계획을갖고 인수하지 않으면 만사휴의(萬事休矣)다”며 인수 기업이 어디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인수 기업들이 평택시 신도심 부근에 있는 쌍용차 부지 개발을 노리고 참여한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공장 부지 이전은 최소 7~8년, 못되어도 10년이 걸린다”며 “중장기적 사업계획을 세우고 인수에 참여해야 할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이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에 대해 공정위 등에 대해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이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플랫폼 빅테크를 규제하려고 하면 미국 경쟁당국이 보호하고 나서는데, 한국 경쟁당국은 조금 기다리고 ‘다른 데 하는 거 보고 하자’는 기분이 들어서 조금 섭섭하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또 “산업 경쟁력과 부실기업 도태 시 파장을 생각하면, 항공산업은 글로벌 기업간의 사활이 걸린 것인데, 우리 경쟁당국이 좀 앞장 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4일 허성무 창원시장, 강석주 통영시장, 변광용 거제시장이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서문 앞에서 대우조선해양을 동종업계 경쟁기업인 현대중공업 그룹에 매각하는 것을 철회해달라는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 회장은 향후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임금 체계에도 손을 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연공서열 기반의 호봉제가 인건비 부담을 높이고, 노조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유도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최소한 구조조정 기업이라도 호봉제는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봉제 영향으로 대부분 직원이 퇴직 기간은 오래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고임금이기 때문에 신속한 구조조정보다는 ‘나는 높은 임금을 받고 퇴직하겠다’고 하는 풍토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HMM이 노사가 구성하는 작업반(태스크포스, TF)에서 3년 단위로 임금인상률을 정하기로 한 것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언제까지 노사가 매년 임금단체협상을 하면서 경영불확실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경영을 저해해야하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3년 단위의 임단협 도입은 이 회장이 기자회견 때 반복해서 강조해오던 사안이다.

한편 그는 “최근 HMM이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달성한 배경에는 직원 노력도 있었지만 컨테이너선 신규 축조, 코로나19 시황 개선 등 우호적 영업환경의 덕이 컸다”며 “HMM이 정상화했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이며, 지금 얻은 수익성을 기반으로 어떻게 정상화 기반을 다지는지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EU로부터 대우조선해양과 기업승인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을 언급하며 이를 반대하는 노조, 정치인 등 일각의 목소리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노조와 지역사회의 극렬한 반대 행동은 EU 경쟁당국의 승인에 악영향을 주고 있고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우조선해양을 책임질 자신이 있는지, 금융지원 없이 독자생존 할 자신이 있는지, 승인이 안 됐을 경우 책임은 누가 질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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