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판별에 법 들이대면 정부가 악용 우려"

이영욱 2021. 9. 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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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애쓰모글루 MIT 교수 인터뷰
"언론, 시민사회 중요한 통로"
韓 언론중재법 문제점 지적
6개월 앞둔 한국 대선엔
"포용적 민주주의가 살길"

◆ 세계지식포럼 ◆

"책임감 있는 국가라면 팬데믹 등 특수한 상황에선 사람들의 행동을 규제해야 합니다. 덩달아 국가의 권력 남용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국가를 견제할) 시민사회도 방심해선 안 됩니다."

14~16일 서울신라호텔과 장충아레나 등에서 열리는 제22회 세계지식포럼에 온라인으로 참석하는 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는 매일경제와의 사전 인터뷰에서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국가들을 언급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각국은 방역을 목적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등 사회적 통제를 강화했고, 이에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발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코로나19에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시기'엔 국가가 더 많은 행동에 나서야 하며 이는 '족쇄 풀린 리바이어던'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리바이어던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국가를 고대 바다 괴물인 '리바이어던'에 비유한 것으로, 영국의 철학자 토머스 홉스가 그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한 표현이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제임스 A 로빈슨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와의 두 번째 공저 '좁은 회랑'에서 자유가 싹트고 번성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는 어떤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가에 주목했다. 이상적인 것은 국가와 사회가 힘의 균형을 이루는 '레드퀸 효과'가 나타나는 상태다. 두 저자는 리바이어던에 '족쇄'를 채워야 레드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봤다. 국가의 역량은 유동적이므로, 국가의 힘이 커지면 사회의 힘도 따라서 커져야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리바이어던에 맞서 사회가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리바이어던을 견제할 수 있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언급했다.
"(우리는) 리바이어던을 감시하는 사회의 역량을 강화해야 합니다. 우려되는 상황은 리바이어던이 언론 등 시민사회의 유용한 '도구'들을 빼앗는 것이죠. 언론은 시민사회가 정보를 얻는 수단이며, 국가를 견제하는 조율된 행동을 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의 언론중재법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언론 규제는 일부 유용할 수도 있지만, 이 법안이 언론에 재갈을 물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됩니다. 어떤 뉴스가 가짜이고 가짜가 아닌지에 대해선 정부가 판단할 수 있죠. 단, 정부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코로나19 외에도 향후 인류에 닥칠 '결정적 분기점'으로는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불평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지난달 30일 미군의 완전 철군으로 20년 만에 마침표를 찍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프간 철군을 결정적 분기점으로 보긴 어렵지만, 향후 세계 질서에 중요한 함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애쓰모글루 교수는 "미국은 전통적으로 주목하던 지역인 중국으로 시선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애쓰모글루 교수는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여야 주요 대선 후보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애쓰모글루 교수가 가장 중요하게 꼽은 것은 첫째도 둘째도 '(포용적) 제도'였다. "차기 대통령이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지속적으로 포용적 제도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가 확실히 한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한국은 역동적인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좋은 포용적 제도를 만들기 위해선 사법부의 자율성과 대통령의 권력에 대한 견제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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