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의연한 회귀, 그 당황스러움

한겨레 입력 2021. 9. 13. 17:26 수정 2021. 9. 1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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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파업 연쇄기고 _3

[왜냐면] 정흥준ㅣ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

코로나로 한 사람의 일자리도 아쉬운 상황에서 서울시 산하기관은 인력을 줄인다고 한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이야기다. 공사는 적자를 줄여야 한다며 근무제도 변경과 외주용역 확대, 운행시간 조정 등으로 1971명의 인력을 감축한다고 발표했고 이에 노동조합은 파업을 해서라도 막겠다며 맞서고 있다.

적자를 이유로 내세운 서울교통공사의 구조조정 방침은 선뜻 납득이 가질 않는다. 서울 지하철 요금은 언제 올랐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낮은 요금 정책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실제로 서울 지하철 요금은 2015년 이후 6년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공익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서울 지하철의 노력은 다양했다. 노인과 장애인, 유공자를 위한 무임승차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교통공사는 2016년 이후 매년 5000억원 안팎의 손실을 기록해왔다. 시민은 지하철 적자의 원인을 잘 알고 있었기에 너그럽게 이해해왔다. 특히 코로나 직전인 2019년 서울교통공사의 무임승차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3709억원이었고 이는 당기순손실(5865억원)의 63%에 해당할 정도였다. 2020년의 당기순손실은 1조1137억원으로 전년의 두배가 되었는데 이 역시 코로나로 인해 운수수입금이 4451억원이나 줄었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서울교통공사의 적자에는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었기에 공사의 느닷없는 구조조정 예고는 당황스럽다.

구조조정 계획은 공사 경영진의 의지만은 아닐 것이다.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노동조합의 반대가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서울시와 협의 없이 공사가 민감한 사안을 발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사와 서울시의 의도가 무엇이든 인력 구조조정 계획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서울교통공사의 적자가 방만 경영이 아닌 교통약자를 위한 복지와 코로나19 등 예외적인 상황 때문인데도, 이를 살펴보지 못하고 직원 수를 줄이는 구태의연한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971명의 인원을 줄인다고 해서 매년 수천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차라리 서울시가 서울교통공사 수익 구조의 한계에 대해 시민들에게 터놓고 중앙정부의 지원이나 요금인상 등 다양한 해결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토론의 장을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울교통공사의 적자는 일부 인력을 줄이거나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인력 구조조정은 일시적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파업도 노동자의 억울함을 보여줄 수 있어도 적자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진 못한다. 서울과 부산 등 주요 도시철도의 재정적자는 상당 부분이 노인 무임승차 때문이고 고령화로 무임승차가 늘어나는 상황이기에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따라서 중앙정부의 지원을 포함해 해결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므로 공사는 인력 구조조정을 철회하고 노동조합도 파업이 대안이 아니기에 인내심을 갖고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많은 시민들은 지하철을 편리하게 이용하고 고마워한다. 요금도 저렴하지만 무엇보다 청결하고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전하고 깨끗한 지하철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동차를 정비하고 설비를 점검하며 승객의 손이 닿는 곳을 닦는 노동자의 손길이 있기 때문이다. 약간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런 업무들을 외주로 바꾼다면 시민들은 안전한 공공재를 잃어버릴 수 있다. 무임승차도 언제까지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이번 기회에 본격적으로 해결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서울시와 공사가 일자리를 없애는 구조조정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겠다면 파업은 일터를 지키기 위해 노동조합이 할 것이 아니라 안전을 위해 시민이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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