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절대평가 전환 이후 고등학교 영어 교육

한겨레 2021. 9. 1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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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된 지 5년째다.

영어 사교육 감소라는 본래 목표는 고등학교에서 좀 줄었을 뿐, 유아 및 초중등 사교육 열풍과 대학 진학 후 토익, 토플 등 공인영어시험을 위한 사교육 시장이 커지는 풍선효과를 가져왔다.

이 문제를 두고 공정성만 따지는 시험이 좋은지 전반적인 교육 개혁까지 거론할 수야 없겠지만, 적어도 수능 절대평가와 그것이 고교 영어 과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재론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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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임대인ㅣ고등학교 교사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된 지 5년째다. 영어 사교육비 경감을 목표로 시행되었으나 고등급자 비율이 늘고 변별력이 사라져 영어를 소홀히 하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학생들의 실력이 저하돼 일부 대학에서는 일반과목 수강 전 기초 영어 특강을 실시할 정도로 부작용이 심각하다.

절대평가 전환 후 학생들은 영어를 경시한다. 상대평가일 때보다 훨씬 많은 수가 영어에서 높은 등급을 받아 대입 수시모집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고 정시모집에도 영향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작년 수능 영어 1등급은 12.6%(5만3053명)이며 3등급까지가 48.8%(20만4805명)로 상대평가였을 때(23%, 9만6377명)에 견줘 두배나 된다. 관련 문제를 세가지만 살펴보자.

첫번째 문제는 등급 산정 방식이다. 절대평가란 본래 특정 성취기준의 충족을 목표로 학생 간 비교보다 개별 학생 역량에 초점을 둔다는 뜻이지만, 수능에서는 단순히 상대평가를 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90점 이상 1등급, 80~89점은 2등급으로 나누고 문제가 어렵지 않아 상대평가 때보다 등급이 높다. 예컨대 80점대 초반의 점수를 받은 학생은 상대평가에서 4등급인 적도 있지만(2014년 A형, 2015년), 절대평가에선 2등급이다. 이러니 학생들은 단순 해석 외에 논리력이 필요한 빈칸 추론, 글의 순서 같은 유형에는 전략적으로 시간을 쓰지 않는다. 성취기준이 아닌 단순 점수를 기준으로 하니 등급이 높아도 실력은 높지 않게 된다.

두번째 문제는 과목 간 불균형이다. 유독 영어와 한국사만 절대평가로 전환되어 입시에 예민한 학생들이 이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감소했다. 수능은 변별력 확보를 위해 상대평가 과목들의 난도를 높였는데, 특히 국어가 지나칠 정도로 높아졌다. 자연스레 학생들은 어려워진 과목을 공부하고 영어에 소홀하다. 고등학교 때는 입시를 위해 국어, 수학에만 전념하면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 영어 사교육 감소라는 본래 목표는 고등학교에서 좀 줄었을 뿐, 유아 및 초중등 사교육 열풍과 대학 진학 후 토익, 토플 등 공인영어시험을 위한 사교육 시장이 커지는 풍선효과를 가져왔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영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세번째 문제는 영어 학습 방식의 왜곡이다. 영어는 언어 과목인데 학생들은 암기로 해결한다. 교사는 내신성적에 대한 민원이 두려워 교과서와 <교육방송>(EBS) 교재에 매인 채 이미 배운 지문에서 출제하기 때문이다. 교과서와 수능의 난이도 격차도 암기를 조장한다. 검인정 교과서는 너무 쉽고 학년 간 차이도 모호해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동기부여가 안 되는 반면 수능은 해외 석학의 논문을 편집해 한 단락으로 압축하기 때문에 너무 어렵고 일관성이 결여되거나 전개의 비약도 많다. 그래서 학생들은 차라리 모의고사나 교육방송 교재의 지문을 외운다. 즉, 고교 영어는 시험의 타당성과 효과는 물론 학습 방식까지 답보상태에 빠졌다. 그 결과 학생들의 영어 실력은 말하기와 쓰기는 차치하고 듣기와 읽기마저도 이전 세대보다 퇴보해 문제다.

이런 이유로 고등학교에서 영어 잘 배우고 가르치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이는 입시에 민감한 학생이나 제약과 규정에 묶인 교사의 탓이 아니다. 현재의 절대평가 방식이 단순 점수를 기준으로 상위 등급자 수만 늘려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학생들의 성취를 이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두고 공정성만 따지는 시험이 좋은지 전반적인 교육 개혁까지 거론할 수야 없겠지만, 적어도 수능 절대평가와 그것이 고교 영어 과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재론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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