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부터 막말까지..당신은 '어떤 말'을 하는 부모인가요?

한겨레 2021. 9. 1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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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아이도 부모 앞에서 막말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정작 자녀는 부모에게 의존하기 싫으면서도 의존할 수밖에 없는 양가적인 면을 드러내면서 갈등하고 힘들어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부모로서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상호작용하는 것이 좋을까? 자녀의 마음을 읽어주는 방법으로 '~구나'라는 반영적 표현이 있다.

'아까 네가 참 불편했겠구나' '무시받는 느낌이 들었다면 화가 많이 났겠구나' 이런 반영적인 말로 부모가 자녀의 마음을 어루만질 때 자녀는 이해받는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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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선의 '부모 연습장'
자녀의 마음을 읽어주는 방법으로 ‘~구나’라는 반영적 표현이 있다. ‘아까 네가 참 불편했겠구나’ ‘무시받는 느낌이 들었다면 화가 많이 났겠구나’ 이런 반영적인 말로 부모가 자녀의 마음을 어루만질 때 아이는 이해받는다고 느낀다. 게티이미지뱅크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말이 사람의 마음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리라. 더구나 부모처럼 영향력 있는 대상의 말은 아이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담과정에서 부모양육 태도를 위한 검사로 엠아이엠(MIM: Marschak Interaction Method)이 있다. 영상을 찍어 관찰하는데 분석결과 부모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대략 나눌 수 있다.

부모 ㄱ은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있으나 어떻게 표현하고 상호작용해야 할지 몰라 반응을 잘 하지 않는다. 그런 부모에게 자녀의 감정을 읽어주라고 하는 것은 너무 큰 기대이다. 이 경우 단순 반응이나 ‘잘했어’라는 말조차도 하지 못한다. 부모가 말이 없다 보니 아이는 자신에게 무관심한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부모 ㄴ은 아이를 계속 가르치려 든다. 아이의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틀린 것을 바로잡는 것에 급급해서 정작 아이와 친밀한 상호작용을 하기 어렵다. 아이는 이내 지루해하거나 힘들어하기도 한다. 부모 ㄴ에게 아이는 고쳐야 할 대상으로, 자녀에게 부모는 집안의 선생님으로 존재하는 듯하다.

부모 ㄷ은 아이에게 농담으로 일관한다. 아이에게 비아냥거리면서 웃기도 하고 아이도 부모에게 틱틱거리면서 약간의 비난 섞인 웃음이 터진다. 남을 깎아내리고 웃는 개그프로그램을 닮은 것 같다. 이들 사이에 웃음은 존재하지만 분명 즐거운 경험은 아니다. 이런 자녀의 마음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부모에게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며 낮은 자존감을 보이게 된다.

부모 ㄹ은 아이에게 막말까지 한다. 게다가 아이를 신뢰하지 못하며 부모 자신의 불안을 드러내기도 한다. 아이도 부모 앞에서 막말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정작 자녀는 부모에게 의존하기 싫으면서도 의존할 수밖에 없는 양가적인 면을 드러내면서 갈등하고 힘들어한다. 부모 ㅁ은 어린 자녀에게 질문을 주로 한다. 어린아이에게 하는 많은 질문은 양면성이 있다. 질문이 아이의 발달상황에 맞을 때는 배움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도 있다. 아이가 지금 이 순간에 몰두하고 즐기고 있을 때, 인지적이거나 전환시키는 질문을 쏟아내면 아이는 집중하지 못한다. 부모와 함께 정서적 나눔을 하지 못한 채 한쪽으로만 성장이 일어나면 뇌 발달에 불균형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렇게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말과 상호작용의 형태는 참 다양하다. 부모의 비난이나 무시, 경멸 등의 표현들은 상상 이상으로 힘이 강해서 마음에 상처를 깊게 내고 서로에게 관계 외상을 경험하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부모로서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상호작용하는 것이 좋을까? 자녀의 마음을 읽어주는 방법으로 ‘~구나’라는 반영적 표현이 있다. ‘아까 네가 참 불편했겠구나’ ‘무시받는 느낌이 들었다면 화가 많이 났겠구나’ 이런 반영적인 말로 부모가 자녀의 마음을 어루만질 때 자녀는 이해받는다고 느낀다.

누구나 이해받을 때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설 수 있다.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고 진정성 있는 상호작용으로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다. 나아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힘을 갖게 된다. 따뜻한 반영의 말은 자녀와 친밀한 관계를 만들고 상처받은 관계를 회복시켜준다. 이렇게 ‘반영적 언어’에는 긍정적 패턴의 힘이 있다. 자녀를 대할 때 ‘말’만이 앞서는 소통이 아니라 아이의 입장에서 마음을 읽어줄 수 있는 적극적 ‘반영’을 권하고 싶다.

최이선 닥터맘힐링연구소 소장·교육학(상담 및 교육심리) 박사

최이선ㅣ닥터맘힐링연구소 소장·교육학(상담 및 교육심리) 박사
최이선 소장에게 묻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mamhealing@naver.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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