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베개·목관·금동신발..드러나는 무령왕릉 유물의 비밀
(공주=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발굴 50주년을 맞아 국립공주박물관이 출토 유물 5천232점을 모두 꺼내 보인 공주 무령왕릉은 백제가 공주에 수도를 정한 웅진도읍기(475∼538) 문화를 소상히 알려주는 문화재의 보고다.
백제 제25대 임금인 무령왕은 523년 5월 세상을 떠난 뒤 525년 8월 무덤에 안장됐고, 무령왕비는 526년 11월 사망해 529년 2월 같은 곳에 묻혔다. 이후 무령왕릉은 1971년 여름에 발견될 때까지 1천442년간 세상에 존재를 드러내지 않았다.
박물관은 특별전 '무령왕릉 발굴 50년,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며' 개막을 하루 앞둔 13일 배포한 도록을 통해 그간의 연구 성과와 과제를 소개했다. 그중 나무로 만든 베개와 발받침, 목관, 금동신발은 자세한 분석 결과가 실렸다.
이번 전시의 도록 표지는 특이하게도 일반적 종이가 아니라 문양이 있는 직물이다. 여러 색상의 실로 무늬가 있도록 짠 견직물인 '금'(錦)이다. 금은 무령왕과 왕비 금동신발 등에서 나왔다.
왕 베개·왕비 발받침, 목관과 다른 나무로 제작
백제인들은 무령왕릉에 무령왕과 왕비 시신을 함께 두면서 부장품을 각각 마련했다. 그래서 왕과 왕비 유물을 다양한 측면에서 비교할 수 있다. 한수 국립공주박물관장은 전반적으로 왕의 부장품이 왕비 물품보다 화려하고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고 했다.
예컨대 왕 베개와 발받침은 직사각형 금판을 이어서 육각형 무늬를 만들고, 선이 꺾이는 모서리와 육각형 중심에는 꽃 모양 금꾸미개를 붙였다. 반면 왕비 베개와 발받침은 금판이 아닌 금박으로 육각형을 표현했다.
박물관은 베개와 발받침의 나무 종류를 조사해 왕 베개는 주목(朱木)이고, 왕비 발받침은 향나무 종류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주목과 향나무는 모두 한반도에 자생하는 나무로, 목관 재질이 일본 특산종인 금송이라는 점과 대비된다.
목관도 왕을 안치한 관이 더 장식 요소가 많다. 위쪽을 덮은 뚜껑 판이 왕은 5개이고, 왕비는 3개이다. 또 왕 목관에만 금속으로 만든 마구리 장식을 부착했다. 마구리는 길쭉한 물건의 양쪽 머리 면을 뜻한다.
박물관은 육각형 2점, 짧은 직사각형 7점, 긴 직사각형 5점의 금속 유물이 왕 목관 마구리 장식이라는 사실을 최근에 확인했다. 이 유물들은 과거에 거문고 같은 악기의 장식으로 추정됐다. 마구리 장식의 성분은 순도 99.1∼99.8%인 은으로 나타났다.
박물관은 도록에서 "왕 목관에는 66점, 왕비 목관에는 58점의 못을 각각 박았다"며 "일부 못의 머리에는 직물이 남아 있었고, 왕 널못의 길이 차이가 3.2㎝인 점을 보면 정교하게 계량화해 만든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도록에는 왕비 치아 한 점의 사진과 설명도 담겼다. 이 치아는 발굴 직후 이뤄진 분석을 통해 30대 여성의 이로 알려졌으나, 무령왕비 나이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박물관은 도록에서 "치아는 아래쪽 어금니로, 보존상태가 좋지 않아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었다"며 "고대 한국인과 유사한 정보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라고만 기술해 치아 주인의 나이를 특정하지 않았다.
왕과 왕비 부장품 차이는 금동신발에서도 드러난다. 왕 신발은 순도 99%인 은판에 금동판을 덧대어 결합했지만, 왕비 신발은 재질이 모두 금동이다. 다만 왕비 신발은 꽃무늬가 다양하고 배치도 복잡하다. 왕 신발은 발굴 당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이번에 복원됐다.
다양한 모양의 금꾸미개 용도는 무엇일까
무령왕릉 유물로 화려한 성찬을 차린 국립공주박물관은 전시 관람을 마무리하려는 관람객과 연구자에게 미완의 과제를 보여준다. 대부분은 자그마한 장식으로, 용도가 파악되지 않았다.
예컨대 길이가 4.4∼5.8㎝인 오각형 금꾸미개 8점은 왕 관꾸미개 주변, 왕비 머리 오른쪽 등에서 출토됐다. 금판 2개를 붙여 만들었으며, 금 함유량은 94.5∼99.1%로 높은 편이다. 구멍이 있어서 어딘가에 꿰매어 달았던 것으로 짐작되나, 정확히 어디에 썼는지는 알 수 없다.
금꾸미개 중에는 마름모와 나뭇잎 모양도 있다. 금 함유량은 모두 90%가 넘는데, 왕비 발받침의 쇠막대를 장식했던 물건으로 보인다.
은으로 장식한 창과 창자루도 흥미를 끄는 대상이다. 왕비 머리 쪽과 가까운 벽 모서리 바닥에서 수습했는데, 자루는 삼나무로 만든 뒤 옻칠을 했고 촉은 일부가 사라졌으나 비교적 잘 보존됐다. 중국 사례를 근거로 장례와 관련된 유물로 간주하는 견해가 있다.
한 관장은 "무령왕릉 출토 유물은 웅진 백제가 우리에게 준 기적 같은 선물"이라며 "50년 이상 연구해야 할 과제가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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