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과 난개발, 농촌공간계획이 답이다

한겨레 2021. 9. 1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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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이 마구잡이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오염 및 위험 시설이 주거와 혼재되는 계획관리지역의 97%는 농촌(읍·면)에 속한다.

우리나라 도시계획은 시가지는 물론 주변 농촌도 대상에 포함한다.

그러나 용도 세분화, 경관관리 등 아주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는 시가지와 달리, 농촌은 대강의 용도만 설정할 뿐 정교한 계획이 수립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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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이상문ㅣ협성대 교수·한국농촌계획학회장

농촌이 마구잡이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북 익산의 한 마을은 인근 비료공장으로 인해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에 걸리고 14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2019년 축사악취 민원은 1만3천여건으로 5년 전에 견줘 5배나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마을, 농산지를 가리지 않고 우후죽순 들어서는 공장, 축사, 태양광시설은 농촌의 쾌적함을 훼손하는 대표 시설이다.

혹자는 개발 인허가 관리를 강화하면 난개발이 예방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는 현행 법체계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다. 국토계획법에서는 국토를 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구분하여 용도별로 허용·금지 행위를 정하는데, 그 용도가 과거 압축성장 시대에 만들어져 복잡해진 토지이용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농촌은 주로 ‘농림지역’과 ‘관리지역’에 속한다. 전자는 식량기지로, 후자는 도시용지 공급지로 분류된다. 우리 국토의 9할을 차지하는 농산어촌 고유의 정체성과 품격을 지키려는 용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1990년대 난개발 대처와 계획적 개발 추진을 위해 고안된 관리지역은 오히려 난개발의 온상이 됐다. 한해 10만여건의 개발행위 중 90%가량이 관리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오염 및 위험 시설이 주거와 혼재되는 계획관리지역의 97%는 농촌(읍·면)에 속한다.

결국 적지 않은 농촌이 농촌다움을 잃고 ‘환경 열등지’로 전락하였다. 농촌다움이 사라진다는 것은 유구한 역사를 통해 고양된 역사적 실재와 문화적 품위를 상실하는 것이며 건강한 삶터와 공동체적 귀속감을 빼앗기는 일이다. 농촌인구가 줄고 지역소멸론이 회자되는 것은 예견된 결과다. 그간 정부는 취락 대상 지구단위계획, 개발행위허가, 성장관리제 등을 통해 농촌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했으나 난개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제 관리지역은 보전을 중심에 두고 용도를 재편해야 한다. 외국의 토지이용 제도를 보면 독일은 도시, 마을 등 개발지 이외에는 ‘외부지역’으로 지정하여 원칙적으로 건축을 금지한다. 프랑스는 ‘농지 축소 제로’를 표방하며 농산지를 개발하려면 대체 토지를 두배 이상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 농촌도 농업생산·생태계·산업·주거 등을 염두에 두고 토지이용을 세분화해야 한다.

공간계획은 토지이용, 건조물조성 등에 관한 물적 계획으로서 훌륭한 공간관리 수단이다. 도시계획이 대표적 예다. 우리나라 도시계획은 시가지는 물론 주변 농촌도 대상에 포함한다. 그러나 용도 세분화, 경관관리 등 아주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는 시가지와 달리, 농촌은 대강의 용도만 설정할 뿐 정교한 계획이 수립되지 않는다. 이로써는 결코 난개발을 막지 못할 뿐 아니라 본원적 국토 품격인 농촌다움을 고취하는 것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농촌공간계획이 도입돼야 할 이유이다.

최근 국가 정책으로 일·삶·쉼터로서 농촌공간을 재생하는 농촌재생사업이 논의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예산투입 못지않게 물적 기반인 공간계획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농촌공간계획은 농촌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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