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따내도 적자..트램산업 고사 위기

서동철 2021. 9. 13. 17: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해외 대규모 발주보다 헐값 책정
위례선 편당 39억원, 2회 유찰
무가선트램은 일반트램 원가에
배터리 가격 6억원은 더 받아야
현대로템이 국가 개발 과제를 통해 제작한 무가선트램. [사진 제공 = 현대로템]
차세대 대중교통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트램이 철도 제작업체에 '계륵'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개발한 기술을 상용화하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실적을 쌓으려면 사업 참여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차량 구매에 배정된 금액이 턱없이 낮아 사업을 따내면 무조건 손해를 보는 구조로 전락했다. 이에 따라 트램 발주가 연속적으로 유찰되면서 피해는 개통을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13일 서울시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실시된 '위례선 트램 차량 10편성(1편성=1대) 구매' 사업이 이달 1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연이어 유찰됐다. 현대로템, 다원시스, 우진산전 등 국내 업체들이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업체들이 참여하지 않은 것은 차량 구매에 책정된 예산이 턱없이 낮아 수익은 고사하고 손실이 염려되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위례선 트램은 서울지하철 5호선 마천역을 시작으로 8호선·분당선 복정역까지 10개의 정거장을 연결하는 본선(4.7㎞)과 2개의 정거장을 잇는 지선(0.7㎞)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수도권에선 본격 추진되는 첫 트램 사업이다. 전체 노선을 전기 배터리의 힘으로 이동하는 무가선트램으로 한다는 상징성도 크다. 2024년 개통을 목표로 서울시는 총 10편성을 구매하기로 하고 예산 380억원을 배정했다. 열차 1편당 38억원인 셈이다. 지난해 두 차례 유찰 끝에 다원시스로 낙찰된 부산 오륙도선 트램에 책정된 1편당 39억원보다도 적다. 오륙도선 트램 역시 무가선트램이다. 최저가 경쟁입찰로 정한 오륙도 트램 가격이 위례선 사업에서도 기준이 되면서 결국 업체들이 참여를 포기하게 된 셈이다. 국내 트램 사업은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졌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철도차량 제작사들은 초기 개발비와 시험비 등을 포함하면 편성당 60억원 수준은 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무가선트램은 배터리를 충전해 운행되기 때문에 별도 전기 공급선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무가선트램에는 고효율·대용량 배터리를 적용한다. 이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국내 철도차량 제작사 관계자에 따르면 무가선트램은 일반트램과 설계부터 다르며 장착되는 배터리는 개당 6억원 이상이다. 해외 일반트램 발주금액과 비교해도 오륙도선과 위례 트램의 가격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2020년 12월 캐나다 열차제조업체 봄바르디어는 스위스와 1억9400만달러 규모의 저상트램 40편성을 계약했다. 트램 1편성당 가격은 56억원 수준이었다. 최근 해외 글로벌 철도업체 납품실적을 보면 40편이 넘는 대규모 발주 일반트램이 40억~60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륙도선 트램이 5개 편성, 위례 트램이 10개 편성으로 소규모로 발주되기 때문에 제작비를 줄일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철도안전법에 따라 차량의 형식승인을 받기 때문에 별도의 시험비용도 발생한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위례 트램 사업에 책정된 예산을 맞추기 위해서는 중국 외에는 답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실정이다. 서울시가 2024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하는 위례선 트램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서울시의회에서는 국내 2호 트램 제작을 해외업체에 맡기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무가선 저상트램 사업이 해외업체의 먹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서동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