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노원 스토킹 살인' 김태현에 사형 구형

피고인 측 "피해자 여동생 살해 우발적" 주장 이어가
檢 "생명부정 극악 범죄, 중형 불가피"..法, 내달 12일 선고
김태현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유족 "사형, 당연한 결정"

지난 4월 9일 서울 노원구 `스토킹 살인` 피의자 김태현이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 = 한주형 기자]

자신이 스토킹해오던 20대 여성과 일가족을 살해한 '노원 스토킹 살인' 피고인 김태현에게 검찰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13일 오전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 13부(부장판사 오권철)는 지난 3월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자신이 스토킹 하던 여성 A씨와 그의 여동생 B씨, 모친 C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태현(25)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김태현은 살인·특수주거침입·경범죄 처벌법 위반 등 5개 혐의를 받는다. 이 자리에서 검찰은 김태현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법원은 다음달 12일 김태현에 대한 1심 판결을 선고한다.

검찰은 김태현에 대해 "재범 위험성 평가결과 총점 13점으로 재범 위험성이 높다"며 "이 사건에 대해 피고인이 반성 안 하는 태도에 비춰 교화 가능성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 양형기준 상 2인 이상 살해에 해당하고 양형 감경요소가 없는데 비해 계획적 범행, 잔혹한 수법 등 가중요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입법자 통한 국민 총의로 현행법이 사형제를 실시하고 있고, 사형의 양형기준을 엄격히 해석해도 각 범행에 대해 피고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생명을 부정하는 극악한 범죄에 대해 일반 예방하고 동일 범죄를 예방 위해 피고인에 대해 가장 중한 형이 불가피하다"며 "검사는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까지 검찰과 김태현 측은 김태현이 최초로 살해한 B씨(스토킹한 여성의 여동생)에 대해 사전에 살해 계획이 있었는지를 두고 다퉜다. 김태현의 변호인은 김태현이 B씨에 대해서는 제압해 감금만 하려다 B씨가 저항하는 상황에서 그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김태현이)진술에서 '(A씨 외에도)범해에 방해되면 죽일 것'이라고 진술했다"며 "김태현이 주거침입 후 어느 정도 시간 후 B씨를 살해 했다더라도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범행이 일시적으로 지연된 데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태현이 범행 후 수사기관과 법정 등에서 밝힌 사과에 대해서도 B씨 등에 대한 살인 의도를 부정하는 등 진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가 지난 4월 도봉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 되기 전 취재진 앞에서 '무릎 사죄'를 한 데 대해서도 검찰은 "피고인 자신이 사회적으로 어떤 평가 받게 될지 그 생각 자체에만 매몰된 나머지 유족과 국민에 대한 배려없이 일방적 감정만을 표출했던 일종의 퍼포먼스"라고 비판했다. 또 "피고인이 제출한 반성문 내용 살펴보면 피고인은 한번도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반성 모습 안 보였다"고 주장했다.

김태현의 변호인은 "피고인의 첫 진술과 범행 당시 피해자 이웃 주민이 비명을 들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인이 B씨가 비명을 질러 당황해 우발적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깊은 반성했고 자신 삶 마감하는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은 자신이 저지른 범행, 동기에 대해 사실관계 확정되고 그에 합당한 처벌 받길 원한다. 범행 도구를 은닉하거나 증거 인멸을 하지 않았고 도주의사 없이 수차례 자살시도를 했다"며 "이에 맞게 판단해달라"고 밝혔다.

김태현은 최후진술 시간이 되자 미리 종이에 적어 온 입장문을 꺼내 빠르게 읽었다. 김태현은 "더 이상 이 세상 빛을 못 보는 하늘에 계신 고인들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저는 어둠과 같은 존재다. 빛과 어둠은 결코 하나가 될 수 었다"고 했다. 이어 "평생 죄책감 갖고 속죄하며 사죄드리는 마음으로 살겠다. 모든 분들, 유가족, 하늘 계신 분들께 사죄한다"고 했다.

한편, 유족 측은 사형 구형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피해자 유족의 탄원서 제출 등을 대리하는 허민강 법무법인YK 변호사는 "피고인 범행의 잔혹성이라든지 계획성 부분, 이 사건 법정에서 피해자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계획성 부인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가슴이 찢어지는 심정"이라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구형된 점에 대해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김태현은 지난해 말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 돼 호감을 가졌던 A씨가 연락을 거부하자 스토킹 끝에 지난 3월 23일 노원구 A씨 자택에 침입해 여동생 B씨와 어머니 C씨, A씨를 차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윤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