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가 직접 나와라"..'고발 사주→박지원 게이트'로 프레임 바꾸려는 국민의힘
[경향신문]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제기된 ‘고발 사주’ 의혹을 ‘박지원 게이트’라는 프레임으로 바꾸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의혹의 주체를 ‘검찰과 야당’이 아닌 ‘국정원과 여당’으로 바꾸고, 내용을 ‘고발 사주’에서 ‘대선 개입’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박지원 국정원장을 국회로 끌어내 공방의 중심에 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정보위 개최와 박 원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윤 전 총장은 “공작과 모략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13일 박 원장이 직접 해명하라고 압박했다. 이준석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속담을 인용해 “이렇게 배가 우수수 떨어진다면 까마귀가 진짜 배를 쪼은 게 아닌지 까마귀도 해명해야 한다”며 “조성은이 아닌 국정원장의 입으로 해명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해명이 부족할 경우 사퇴나 경질을 요구하겠다고 압박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박 원장과 김진욱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의 직접 답변이 필요하다”며 “두 사람의 국회 출석을 공식 요구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향해선 국회 정보위를 소집해 박 원장의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정보위원들도 정보위 개최를 압박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박지원 정치공작 의혹’ 진상조사를 위한 국회 정보위 소집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 원장을 국회에 세워 질의를 함으로써 의혹의 중심을 윤 전 총장이 아닌 박 원장으로 바꿔보겠다는 의도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민의힘 안동·예천 당협위원회 사무실을 방문한 자리에서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저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저한테는 오히려 고맙다”며 “저는 맞으면 맞을수록 더욱 강해지는 강철처럼 이런 공작과 모략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캠프는 이날 예고대로 법적 조치를 진행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제보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 박 원장, 그리고 이들과 함께 지난달 11일 만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 등 3명을 국정원법·공직선거법·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조씨는 전날 기자와 통화하며 박 원장과 둘이서만 만났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 측은 고발장에서 “피고발인들이 허위 폭로를 통해 윤 전 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하게 하기로 공모하고, 지난 2일 인터넷 매체인 뉴스버스를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 캠프 종합상황실장인 장제원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 선거 중립 내각 구성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박 원장,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김오수 검찰총장, 김진욱 공수처장, 김창룡 경찰청장, 정연주 방송통신위원장을 일괄 사퇴시킨 뒤 중립적인 인물로 다시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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