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식 '적폐청산'..시민사회 협치·사회적경제 10년 되돌리나

허남설·김태희 기자 2021. 9. 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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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바로 세우기’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중 일부 시민단체에 서울시 사업을 위탁하거나 운영을 맡겨 보조금을 지급한 것을 두고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0년간 1조원을 지급했고, 해당 예산이 시민단체 인건비로 과도하게 쓰였거나 특정 단체에 쏠렸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오 시장이 최근 잇달아 사회적경제 영역에 비리 혐의를 제기한 것을 두고 전반적 실태 확인보다 일부 사례만 앞세운 정치 공세에 치우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바로 세우기’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0년간 민간보조금과 민간위탁금으로 지원된 총 금액이 무려 1조원 가까이 된다”며 “시민단체와 시민단체 출신 시 간부의 압력에 못 이겨 부적절한 예산을 편성·집행하면서 자괴감을 느꼈다는 직원들 이야기를 들었고, 검증되지 않은 기관에 위탁한 공공시설과 그 곳의 업무가 시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외면받고 방만하게 운영되는 현장도 봤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은 ‘오세훈 서울시’가 최근 여러 경로로 문제를 제기한 박 전 시장 시절 사업을 총체적으로 비판하는 데 집중됐다. 앞서 오 시장은 유튜브 방송을 통해 미니태양광과 사회주택 사업을 직접 비판했고 서울시는 노들섬 복합문화공간, 청년공간 ‘무중력지대’, 대중음악공연장 ‘플랫폼창동61’ 등을 감사한다고 밝혔다. 모두 박 전 시장 재임 중 시작한 사업들로, 민간위탁으로 운영하거나 이른바 ‘중간지원조직’이 관여하는 형태다.

오 시장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임기제 공무원으로 도처에 포진해 위탁업체 선정부터 지도·감독까지 사업 전반을 관장했다”며 “자신이 몸담았던 시민단체에 재정지원을 하는 그들만의 생태계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도 모자라 중간지원조직이란 창구를 만들어 또 다른 시민단체에 위탁해 운영하도록 했다”며 “이것이야말로 시민단체형 다단계라고 할만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오 시장의 이날 회견은 총체적 감사 결과를 바탕에 둔 발표는 아니었다. 오 시장이 이달 초 지시한 사회주택 등에 대한 감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이해우 서울시 감사위원장은 이날 회견에 참석해 “현재 총 27건을 감사·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마을공동체 사업은 인건비 비중이 절반이 넘는다”, “사회투자기금은 특정 단체에 운용을 맡기면서 위탁금 40억원을 지급했다”며 몇몇 사례만을 들었다. 전반적 실태를 확인했다고 보기엔 부족하다. 오 시장이 지목한 단체에서 정치적 배경을 의심하는 이유다.

한국사회주택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사회주택 추진실태 점검 결과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서울시는 ‘공개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며 “무엇에 근거했는지 알 수 없는 가짜뉴스를 여전히 유포하는 오 시장이 과연 실체적 진실을 밝힐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삽화=김상민 기자


오 시장의 공세가 사회적경제 전반에 비리 이미지를 덧씌우고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정 철학에 따라 사회주택처럼 새로운 사업을 도입할 때, 공공영역의 부족한 전문성과 민간영역의 취약한 기반을 보강해 해당 분야를 육성하기 위한 중간지원조직은 필요하다는 취지다. 민간단체에 중간지원조직을 맡기거나 사업을 위탁한 게 박 전 시장 시절에만 했던 것도 아니다.

남철관 사단법인 나눔과미래 지역활성화국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시장의 정치 성향에 따라서 새로 정책을 도입하고 예산을 배정하면 되는데, 전임 시장 시절 민간조직과 협치했던 부분을 전반적으로 공격하면서 도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매도하는 방식은 문제가 많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나눔과미래는 2017년부터 사회주택 관련 사회투자기금을 운용 중이다.

오 시장도 정치적 의도나 사회적경제 전반에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는 부정했다. 그는 “시민 혈세를 주머니 쌈짓돈처럼 생각하고 시민을 내세우며 사익을 쫓는 행태를 청산할 것”이라며 “이것이 왜 ‘박원순 전 시장 흔적 지우기’로 매도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저는 (지난 시장 임기를) 퇴임하기 전 사회적경제와 (사회적)기업을 시작했던 장본인”이라며 “시민단체들이 행정비용이라고 표현하는 인건비·운영비 등이 40% 밑이면 그런대로 합리적이지만, 50%를 넘어 심한 경우 60~70% 이상도 발견된다. 과연 정말 정당한지, 올바른지, 바람직한지 회의가 생겨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별적 사업 폐지를 목표로 감사하는 게 아니다”며 “사업마다 장단점을 평가하고 가능하면 예산 누수를 최소화해 가성비가 좋도록 만드는 데 목표가 있다”고 했다.

허남설·김태희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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