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이 쏘아올린 여자 테니스 '흥행 신호'
[스포츠경향]
US오픈 여자 단식 결승의 여운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에마 라두카누(150위·영국)와 레일라 페르난데스(73위·캐나다), 두 10대 선수들이 일으킨 돌풍이 여자 테니스의 중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자 테니스는 몇 년째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안젤리크 케르버(17위·독일) 이후 한 해 두 개 이상의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없다.
매 대회 우승자를 예측할 수 없는 것은 큰 흥미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슈테피 그라프(독일·은퇴)나 세리나 윌리엄스(22위·미국)처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절대강자’들이 없는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US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대결한 라두카누와 페르난데스는 ‘라이벌’이라는 또 하나의 흥행요소를 갖춰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남자 테니스도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의 ‘빅3’가 주도하는 라이벌 관계가 10년 넘게 남자 테니스의 흥행을 이끌고 있다.
여자 테니스계에서도 라이벌 관계는 있어왔다. 멀게는 ‘알프스 소녀’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은퇴)와 윌리엄스가 10대 시절부터 라이벌을 형성해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왔고, 가깝게는 윌리엄스와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은퇴)의 라이벌리가 늘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샤라포바의 경우는 실력 못지 않게 미모 또한 출중해 한 때 페더러와 나달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의 화제성과 상업성을 자랑하기도 했다.
윌리엄스가 하향세에 접어든 이후 많은 선수들이 번갈아가며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최근에는 오사카 나오미(3위·일본)를 중심으로 한 20대 초반의 젊은 기수들이 세대교체 바람을 이끌고 있다. 그런 가운데 라두카누와 페르난데스라는 두 10대 가 US오픈에서 쟁쟁한 선수들을 줄줄이 꺾고 결승까지 올라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흥미로운 눈길로 쳐다보고 있다.
이들은 비단 실력만 뛰어난 것이 아니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라는 공통점 외에도 뛰어난 퍼포먼스와 화려한 인터뷰 스킬 등 스타들이 갖춰야 할 것들을 두루 갖췄다. 라두카누의 경우는 그의 스타성을 알아본 세계적인 패션 잡지 보그가 10월 표지 모델로 점찍고 일찌감치 촬영을 마친 상태다.
이들 이전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선수들은 많았다. 다만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면서 반짝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지금의 이 기세를 꾸준히 이어가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남았지만, 이들이 여자 테니스의 중흥을 이끌 것 같다는 예감은 분명 팬들을 설레게 한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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