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도 둥지튼 텍사스 '낙태법'에 기술인력 이탈하나

윤홍우 기자 2021. 9. 1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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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주정부가 여성의 낙태를 사실상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한 이후 텍사스 내 테크기업들 사이에서 기술 인력 이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수년간 텍사스에는 캘리포니아주의 높은 세금을 피해 새로 둥지를 트려는 기업들이 몰렸으나 여성의 권리를 제한하는 등 보수적인 조치가 잇따르자 진보 성향 기업인들이 텍사스로의 이주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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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친화적 환경에 HP, 오라클 등도 본사 옮겼는데
낙태 금지, 투표권 제한 등 보수화 만연하자 기업들 고민
낙태 권리 운동가들이 11일(현지시간) 텍사스 오스틴의 텍사스 주 의사당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AFP연합뉴스
[서울경제]

텍사스 주정부가 여성의 낙태를 사실상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한 이후 텍사스 내 테크기업들 사이에서 기술 인력 이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수년간 텍사스에는 캘리포니아주의 높은 세금을 피해 새로 둥지를 트려는 기업들이 몰렸으나 여성의 권리를 제한하는 등 보수적인 조치가 잇따르자 진보 성향 기업인들이 텍사스로의 이주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텍사스는 스타트업과 테크 기업들의 매력적인 안식처로 자리매김하기를 원했으나, 낙태법과 투표제한권 등의 조치 때문에 기업인들이 텍사스 내에서 고용 유지 문제 등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수년간 오라클, 휴랫팩커드(HP) 등이 텍사스로 본사를 옮겼으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텍사스로 주소지를 옮겼다. 아울러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과 같은 빅테크들은 텍사스에 새로운 물류 창고를 세우거나 데이터 센터를 짓는 등 생산 시설을 늘리고 있다.

기업들이 그간 텍사스를 눈여겨 본 것은 무엇보다 기업 친화척 환경 때문이다. 미국 테크기업들이 포진한 캘리포니아는 높은 물가와 소득세율(최고 13.3%)로 악명이 높은 반면, 텍사스는 주에서 부과하는 개인소득세가 없다. 미국 경영 전문 격월간지 ‘치프 이그제큐티브 매거진’(Chief Executive Magazine)이 발표한 ‘2021 비즈니스를 위한 최상·최악의 주’(Best and Worst States for Business) 순위에서도 텍사스주는 17년 연속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특히 미국 컴퓨터 기술산업 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텍사스에서 창출된 기술 일자리는 3만3,843개로 1년 전보다 56%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 또한 텍사스 오스틴에 이어 테일러시에 미국 내 제 2의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의 한 여성이 11일(현지시간)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열린 집회에서 낙태에 대한 허용을 요구하는 사인을 들고 있다./AFP연합뉴스

하지만 낙태금지법을 비롯해 투표제한권 등 ‘우향우 정책’ 들이 잇따르자 텍사스 내 기업들이나 텍사스로 이주하려는 기업들 사이에서 회의적인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WP는 “텍사스의 새로운 법안들이 노동자들의 이주 등에 당장 큰 변화를 일으킬지 평가하는 것은 섣부르지만, 진보 성향 기업인들이 텍사스로 이주하려는 것을 망설이게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라고 밝혔다.

기업인들은 이미 이같은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출하기 시작했다. 인도에서 이주해온 텍사스 주민으로 데이트앱 매치그룹 CEO를 맡고 있는 샤르 두베이는 이달 초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인도를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나라보다 여성에게 퇴행적인 법을 시행하는 지역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며 “낙태금지법처럼 징벌적이고 불공평한 법의 위험성을 모든 이들이 알아야 한다”고 적었다. 두베이는 아울러 매치그룹이 직원들의 낙태 서비스 비용을 충당할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텍사스 라운드록에 본사를 둔 컴퓨터 제조업체 델의 마이클 델 CEO의 경우 텍사스의 투표권 제한법에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드라이브스루 투표, 24시간 투표를 금지하고 우편투표 절차를 한층 까다롭게 만드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에 서명했는데 이는 유색 인종과 저소득층 유권자의 투표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델 CEO는 “자유롭고 공정한 투표권은 미국 민주주의의 토대”라며 “특히 여성과 유색인들은 이 권리를 어렵게 얻었다. 정부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인들은 ‘낙태금지법’으로 대표되는 텍사스 주정부의 보수적인 정책이 기업과 관련한 주요 사회적 이슈에 있어서도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우려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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