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주현, 스스로 입증한 '신데렐라'의 탄생
지난해 넷플릭스 '인간수업'에 등장한 박주현은 놀라웠다. 강소라를 닮은 이목구비와 저음의 울림,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출중한 연기력까지 '괴물 신인'의 탄생을 알렸다. 이후 '좀비탐정' '마우스'까지 단 번에 주연으로 올라섰다. 최근 등장한 신인 중 가장 드라마틱한 성장을 보여줬다.
"혹시라도 상을 받게 되면 절대 울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해서 울진 않았다. 일단 상을 받을거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너무 감사한 사람이 많았지만 무대에 올라선 그 순간을 잘 끝내자는 생각뿐이었다."
-수상을 전혀 예감하지 못 했나.
"시상식을 참석한 것만으로 너무 떨렸다. 한참 촬영 중이었다. 밤새고 피곤했는데 또 잠이 안 오더라. 가서 레드카펫 밟으며 넘어지지나 말자 생각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존경하는 선배님들이 많았다. 쉬는 시간에 인사를 드린 것만으로 너무 좋았다. 선배님들이 '작품 잘 봤어요'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너무 뿌듯했다."
-수상 후 달라진 점이 있나.
"많은 사람들이 축하 전화를 해줬다. 너무 감사했다. 내 삶은 똑같다. 이 상을 갖기 전까지도 연기 하나를 위해 달려왔다. 아직도 계속 달려가는 건 여전하다. 확실히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가족 반응도 궁금하다.
"애틋한 무언가 느껴졌다. 어머니가 내 연기 활동에 티를 많이 안 내는 편이다. 그냥 '수고했다' 정도로 말씀하는데 거기서도 느껴지는 게 많았다. 동기들이나 친구들도 축하를 많이 해줬다. 자랑스럽다고 해주더라. 그 뒤로도 몇 번 울컥했다."
"오디션을 봤다. 오디션 연기 영상을 보냈는데 한동안 연락이 없더라. 오디션을 많이 볼 시기여서 '이번에도 안 됐나 보다' 싶었는데 한참 뒤 연락이 왔다. 작품의 제목도 알려주지 않아 오디션을 보러 가는데 머리카락을 단정히 빗어 넘기고 갔다. 감독님이 '헤어스타일을 왜 그렇게 하고 왔냐'며 '작품도 모르고 왔냐'고 하더라. 그 자리서 대본을 받았는데 현대극이었다. (웃음) 4차 오디션까지 진행했고 마지막 오디션에서 감독님이 '너 이거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작은 배역이라도 되길 바랬는데 이렇게 큰 될 역할인 줄 몰랐다."
-방송이 되고 화제성이 엄청났다.
"감히 상상할 수 없던 일이 벌어졌고 이래도 되나 불안했다. 순간적인 관심이 그저 불안했다. 오디션을 많이 봤고 단역도 꽤 소화한 내 일상이 바뀌어 좀 무서웠다.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했지만 사람의 힘으로 되지 않는 게 있나 싶더라."
-원래 꿈이 배우였나.
"악기를 좋아했다. 공부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운동이나 악기로 표출했다. 노래를 배워볼까하던 찰나에 연기에 관심이 갔다. 그때가 고등학교 2학년때다. 다들 입시 준비인데 나는 주2회 정도 연기 수업을 받았다."
-배고팠던 시기를 거쳤을텐데.
"대학생 시절 내내 아르바이트를 쉰 적이 없다. 집안 형편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학교 다니면서 단편영화를 많이 참여했다. 그렇게라도 경험을 쌓고 싶었다. 뭐라도 헤야할거 같아서 닥치는대로 했다. 돈은 없었다. 배고팠던 시절로 기억되진 않는다. 지금보다 더 열정 넘치게 살았다."
-다작 중이다. 이미지 소비가 걱정되진 않나.
"해보고 싶은게 많다. 더 연기를 잘하고 싶고 그냥 많이 해보고 싶을 뿐이다. 조금은 무리를 하면서 작품을 계속 하고 있다. 단기간에 정말 많이 배웠다. '인간수업'때는 시스템 자체를 몰랐고 그걸 파악하는 것만으로 힘들어 현장을 익히고 싶었다. 선배님들의 노하우 덕분에 적응할 수 있었다. 짧게 봤을 때 이미지 소비이나 길게 봤을 땐 절대 아니다."
-힘든 점도 많을텐데.
"수면 시간이 부족한건 어쩔 수 없다. 자유롭게 살아 내 시간이 없었던 적이 없고 밤샘해도 내 시간은 있었다. 친구들 가족들 못 본지 오래됐다. 여기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체력은 정말 좋다. 힘이 빠지는 느낌이 있지만 이러면서 또 체력이 더 좋아진다."
-남들과 차별화되는 본인만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인간수업' 배규리를 만날수 있었던건 노력으로만 되는건 아니었다. 감독님이 나를 봤을 때 마음에 안 들었을 수도 있다. 모든 건 타이밍도 중요하다. 작품이 알려지지 않은 적이 많아서 고생을 많이 했다. 잠을 못 자면서도 노력을 많이했지만 그런 시너지가 적을 때도 있다. 항상 이렇게 좋으면 좋겠지만 그게 뭐 누구의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 않나.(웃음)"
"작품에 참여하면 다른걸 못 한다. 많이 예민해진다. 신경질적인건 아닌데 스스로 멘탈을 혹사 시킨다. 대본을 계속 들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다. 안 보이던 것도 보이게 되고 예상치 못한 부분도 새롭게 보인다."
-차기작은 배드민턴 소재 드라마다.
"올림픽 기간에 집에 있을 때 경기만 봤다. 한 선수 한 선수가 개인 기록을 낼 때마다 너무 벅차다. 그래서 이 작품이 더 끌렸다. 어떻게 만들어질지 기대된다. 올림픽을 볼 때 마치 촬영하고 있는 것처럼 그 무언가를 느꼈다."
-원래 성격은 어떤 편인가.
"털털하다. 연기 빼고는 예민하지 않다. 어릴 때는 진짜 남자 같았다. 연기를 하면서 오히려 많이 차분해졌다. 배규리와 비슷한 면이 많다. 악의 없이 틱틱거리는 스타일이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색깔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내가 색을 입혀줄 수 있는, '저 친구가 연기하면 되게 매력적이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김진석 엔터뉴스팀 기자 kim.jinseok1@jtbc.co.kr(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박세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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