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논란 카카오, 내수기업 꼬리표 때고 해외 공략 숙원

윤선훈 2021. 9. 1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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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해외 실패 탓..콘텐츠 사업 중심으로 해외 진출 가속화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최근 전방위적인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인 카카오에 대해 해외에서의 사업 비중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010년 출시된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입지를 확보했지만, 결과적으로 카카오의 다양한 사업 진출을 바탕으로 한 '문어발'식 확장이 곳곳에서의 규제 목소리를 유발했다. 해외 진출은 이 같은 분위기를 우회하기 위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카카오는 일부 사업을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해외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해외서 주춤하는 카카오톡…카카오 매출 대부분은 아직 국내서

13일 카카오의 2021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의 해외 계열사 수는 41개로 전체 계열사인 158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단순 숫자로만 따지면 어느 정도 해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당수는 카카오게임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G(블록체인) 등 몇몇 자회사의 해외 사업을 위한 계열사다. 이는 해외 사업이 일부 카테고리에 편중돼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다 보니 아직까지 해외에서는 큰 성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해외 매출의 비중이 두자릿수 넘게 차지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상반기 기준으로 카카오 전체 계열사의 매출은 아직 대부분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카카오의 가장 큰 매출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카카오톡이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문제다.

카카오톡과 라인은 나란히 지난 2011년 일본 시장에 도전했다. 그러나 희비는 엇갈렸다. [사진=각 사]

2분기 카카오 사업 중 가장 많은 매출을 달성한 톡비즈 사업의 수익 대부분은 카카오톡 내 각종 광고, 그리고 카카오톡 내에 탑재된 카카오커머스의 '선물하기' 기능에서 나왔다. 이는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국내 사용자 수를 바탕으로 나온 성과다. 실제 카카오톡의 국내 메신저 시장 점유율은 80% 중반에 달한다.

반면 해외에서는 주춤한다. 지난 2분기 기준 카카오톡의 국내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4천662만명이고 글로벌(국내+해외) 전체 MAU는 5천381만명이다. 국내 MAU는 매 분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인 반면 해외 MAU는 약 6~700만명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2015년 해외 MAU가 827만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년 전에 비해 해외 활성 사용자 수는 오히려 감소한 셈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출시 후 꾸준히 해외 진출을 시도해 왔다. 우선 2011년 일본에 카카오톡을 내놓으며 현지 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NHN재팬(현 라인)이 내놓은 메신저 '라인'에 주도권을 내주며 미미한 점유율만을 차지하고 있다. 2015년에는 미국 SNS '패스모바일'을 인수해 동남아시아 공략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현재 라인은 물론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위챗, 텔레그램, 스냅챗 등 해외에서 입지를 굳힌 메신저들이 워낙 많아져 추후 해외 진출도 녹록잖다.

이러다 보니 카카오재팬, 베이징카카오 등 카카오의 주요 해외 법인은 설립 후 한동안 적자에 시달렸다. 2011년 설립된 카카오재팬은 지난 2019년까지 매년 적자에 허덕였다. 카카오는 회사 유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금을 투입했지만 적자는 지속됐다. 2013년 설립된 베이징카카오 역시 매년 유상증자를 통해 돈을 쏟아부었지만 손상차손(회복할 수 없는 손실)이 매년 나왔다. 결국 지난해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IX가 베이징카카오를 인수했고, 이후 카카오IX의 IP부문이 카카오에 흡수되면서 베이징카카오도 카카오가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카카오의 이 같은 행보는 일찍이 라인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에 나선 네이버와는 대조된다. 지난 2000년 네이버재팬을 설립하며 해외 진출의 첫 발을 내디딘 네이버는 2011년 6월 출시된 '라인'이 일본에서 빠르게 안착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 라인은 이후 전세계에서 수억명이 사용하는 글로벌 메신저로 성장했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과 대만에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후에도 웹툰, 브이라이브, 스노우 등의 서비스가 잇따라 해외에서 성공을 거뒀으며 현재는 커머스 분야의 해외 사업 확대를 노리는 모습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카오가 초반에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동남아 등 해외 진출을 추진했을 당시 다운로드 수를 늘리는 데 몰두하다 보니 현지 시장 파트너와의 소통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었다"며 "반면 네이버는 검색을 중심으로 수차례 일본 진출을 시도해 왔고 동일본 대지진으로 새로운 기회가 생기면서 '라인'을 통해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짚었다.

◆해외 공략 핵심은 콘텐츠…성공 사례 만들며 자신감 ↑

카카오로써는 그나마 최근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게임즈가 해외에서 어느 정도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점이 다행스럽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바탕으로 해외 일부 국가에서 흥행하고 있다. 지난 2020년 하반기 들어 카카오재팬이 운영하는 플랫폼 '픽코마'가 일본 웹툰 시장에서 네이버 계열의 '라인망가'를 제치고 웹툰 부문 매출 1위를 달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태국에서 카카오웹툰이 네이버웹툰을 따돌리고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카카오웹툰이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기존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던 네이버웹툰을 곳곳에서 위협하고 있는 모습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중으로 카카오웹툰의 해외 진출 범위를 유럽과 중화권 등으로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인수한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시'와 웹툰 플랫폼 '타파스'를 토대로 북미 쪽 사업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 여기에 연예·영상·음원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M컴퍼니와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을 묶어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 등극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카카오 '픽코마'는 지난 2020년부터 일본에서 네이버 '라인망가'를 제치고 웹툰 부문 매출 1위에 올랐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의 약 40%다. 카카오게임즈가 국내와 글로벌(일본·중국 제외) 퍼블리싱한 모바일 게임 '가디언 테일즈'가 지난해 출시 이후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2019년 20% 수준이었던 해외 매출 비중이 크게 올랐다. 올해 초 '검은사막'의 북미·유럽 서비스 계약이 종료되기는 했지만 올해 하반기와 내년 1분기 각각 PC 게임 '엘리온', 모바일 게임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해외 진출이 예정돼 있어 해외에서의 수익성 강화가 전망된다. 다만 언급한 게임 모두가 자체 개발작이 아니라는 점은 위험요소로 꼽힌다.

이 밖에 블록체인 사업과 패션, 캐릭터 사업이 향후 해외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카카오는 보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싱가포르에 블록체인 자회사 '크러스트'를 출범하며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활용한 서비스를 발굴·육성하는 전진기지로 삼았다. 패션 분야에서는 지난 4월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 인수를 통해 해외 커머스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며, '카카오프렌즈'로 대표되는 캐릭터 사업 역시 중국 등에서 꾸준히 사업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일본 '픽코마'를 중심으로 카카오재팬의 실적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고 태국 등을 중심으로 카카오웹툰이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며 "웹툰, 웹소설, 게임 등 콘텐츠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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