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섬] 봄을 기다리는 신안 선도 사람들

선도(신안)=홍기철 기자 2021. 9. 1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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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카페리오가 신안 압해 가룡항에서 관광객을 태우고 수선화 섬 선도 선착장에 도착하고 있다./홍기철기자
꽃이 지고 없어도 좋다. 드넓은 갯벌만큼 넉넉한 인심이 있는 곳. 섬 속의 섬에 있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곳이 있다. 1004섬 전남 신안 선도다. 일명 매미 섬으로 불리는 선도는 봄에 절정을 맞는다.
희고 노란 수선화가 온 섬을 가득 메운다. 하지만 지난 해와 올해 코로나 펜데믹으로 수선화 축제가 취소돼 섬마을 사람들의 상심이 크다.

구슬땀을 흘려가며 가꿔 놓은 수선화가 빛을 보지 못하고 또 다시 새로운 봄을 기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꽃이 없는 선도에는 고요함만 남았다.

간혹 감성돔 등 바닷고기를 잡기 위한 갯바위 낚시꾼들만 선도를 찾고 있을 뿐이다. 나만의 호젓한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 위해 보름 전에 이어 지난 11일 다시 선도를 방문했다.
'멍 때리기' 신공을 발휘할 최적지 선도 쉼터 일원/홍기철기자
이곳 어르신들이 따가운 햇살을 마다하지 않고 내년 봄꽃 축제를 위해 수선화 구근심기와 꽃밭 정리, 잔디 깎기 등 구슬땀을 흘린 자리는 말끔하게 정비돼 있었다. 

잘 정비된 잔디 위에 선도의 핫 플레이스 흔들의자도 나란히 자리했다. 자연풍광과 어우러져 딴 나라에 온 것 같다.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착각에 빠질 정도다.
이 의자에 앉아 넒은 갯벌을 보면 나름대로 멋과 운치가 있고, 또 밀물이 들이 닥쳐 만조 때 다도해의 비경을 보는 맛도 쏠쏠하다. 한마디로 '멍 때리기' 신공을 발휘할 최적지가 이곳이 아닐까 싶다.
선도가 친정인 박정미씨 부부가 아이와 함께 추석명절을 앞두고 고향을 찾아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홍기철기자
추석을 앞두고 남편과 아이 손을 잡고 이곳을 찾은 박정미(파주시 법원읍 ·31)씨는"아무 생각 없이 살 수 있는 곳이 선도"라며"날짜가 어떻게 되는지 무슨 요일인지, 몇 시나 됐는지 알 필요 없이 맘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이곳(선도)이다"고 고향 자랑에 여념이 없다.
이어 그는"수선화축제에 관광객이 섬을 많이 찾으면 이곳에서 펜션을 해 볼까도 생각했는데...더 늦기 전에 고향에 내려와 집 짓고 아빠한테 어업도 배워 정착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귀어의 뜻도 내비쳤다.

이곳 선도가 좋아 처가에 종종 내려온다는  뱍씨의 남편도 "한적함이 좋은 것 같다. 서울에서 태어나 번잡한 곳에서 살다가 이곳에 오면 여유를 가질 수 있어 좋다. 혼자 낚싯대 들고 하루를 보내도 부대끼는 것 없이.."라고 말했다.
'누가 이사람을 모르시나요' 1962년 늦가을 어린 제자들과 선생님이 해남 대흥사를 방문하고 기념사진을 남겼다. 쉼터 사진관 참고/홍기철기자
바로 옆 관광객들을 위한 쉼터에도 볼거리는 있다. 6~70년 전 섬사람들의 생활상이 수십 장의 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다.

조선시대에나 볼법한 댕기머리를 길게 늘여 뜨린 섬 처녀의 흑백 사진 모습과 팬티만 입고 노 젓는 배에서 물놀이 하는 청년들.

까까머리 학생들과 단발머리의 여학생들의 모습이 담긴 선치국민학교 1971년 11월 25일 4학년 1반 기념사진.

한 반에 6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함께해 당시 꽤 많은 사람들이 선도에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선치초등학교는  폐교됐다.

어린 제자들과 선생님이 1962년 늦가을 대흥사를 방문했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 찍은 사진의 구도를 보니 전문 사진사의 손길이 닿은 듯하다.

이밖에도 관광객 쉼터에는 선도사람들 결혼식 사진, 장례풍습, 마을 잔치 모습 등 마을 역사가 총망라돼 있다. 
선도 최고의 낚시 포인트 선도 선착장 인근 갯바위에서 낚시꾼들이 손맛을 즐기고 있다./홍기철기자
선도선착장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선착장 인근 갯바위는 고동과 감성돔, 갯장어 등 물고기가 관광객과 낚시꾼들에 재미를 선사한다.

선도는 대부분이 갯벌로 형성돼 있는데 이곳은 갯바위가 꽤 길게 늘어져 있다. 썰물과 밀물 때 세찬 물보라가 연출된다. 이날 낚시꾼들은 손맛을 제대로 봤다.

활처럼 휘는 낚싯대의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갯바위에는 고동과 톳 등 해초가 세찬 물살을 이겨내며 꽉 달라붙어 있다. 짧은 시간에 물이 들고 나가기 때문에 체험활동시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해가 섬 너머로 고개를 숙이자 바다는 순식간에 붉은 바다로 변했다. 하늘과 바다를 제외한 모든 사물들이 검게 물들었다. 선도의 일몰이 장관이다. 순간 나그네의 호흡도 차분해진다. 서둘러 귀가하는 어부의 모습도 카메라 속으로 들어왔다.
'선도의 해넘이' 선도 선착장과 앞바다가 붉은 색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홍기철기자
한편 선도는 낙지잡이와 지주식 김, 양파와 대파, 콩 등 밭농사가 주를 이룬다. 하루 주낙으로 낙지를 잡아 100만원 가량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한철 낙지잡이가 도시사람 연봉에 달한다는 말까지 전해진다.
전남도 가고 싶은 섬에 선정돼 5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선도는 꽃차 체험, 전통놀이, 자전거투어, 수선화하우스, 갯벌 등을 꾸며 관광객들이 찾고 싶은 섬으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천사카페리호가 신안 압해 가룡항에서 선도 선착장까지는 하루 4차례 운항한다. 시간은 50여분 소요된다. 경유지는 기섬, 마산, 고이도다. 자세한 사항은 신안군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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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신안)=홍기철 기자 honam333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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