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백'만큼 비싼 시몬느백?..중저가백에 낀 '거품 공모가'
패션 소비자들에게 다소 생소한 기업 '시몬느액세서리'는 미국 마이클코어스, 코치, 토리버치, DKNY 등 중저가 가방 브랜드에 완제품을 납품하는 핸드백 ODM(제조, 개발, 생산)업체다. 핸드백을 제조해 브랜드사에 납품하는 '얼굴없는 패션' 시몬느가 코스피 상장에 도전한다.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의 시가총액은 13일 기준 2750억원이다. 상반기 매출액 4296억원, 영업이익 214억원, 당기순이익 103억원을 기록했다. 대신증권 추정에 따르면 올해 예상 매출액은 9995억원, 예상 순이익은 370억원이다. 하지만 시총은 2750억원으로 PER(주가수익비율)가 7.4배에 불과하다. PER은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수치 중 하나로 낮을수록 저평가, 높을수록 고평가로 간주된다.
하지만 시몬느의 코스피 상장을 위한 기업가치 산출 비교기업 목록에서 PER가 지나치게 낮은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은 처음부터 제외됐다. 대신 운동화를 생산하는 화승엔터프라이즈와 외국기업 4곳을 선정했고 5곳의 평균 PER 30배를 도출했다.
시몬느는 5개 기업의 평균 PER 30배에서 24%~38% 공모가 할인 적용한 PER 18배~23배로 희망 공모가 밴드 3만9200~4만7900원을 산출했다. 공모가 할인을 적용했지만 제이에스코퍼레이션의 PER 7.4배에 비하면 2~3배에 달하는 공모가다. 글로벌 1등 ODM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PER 10배도 아닌, 18배~23배는 동종업체 대비 과하게 높은 수치다.
비교대상이 된 외국기업 가운데 Shenzhou International은 홍콩 증시에, 나머지 세 곳은 대만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다. 한국 증시는 올 들어 3000포인트를 돌파하며 '만년 저평가' 논란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한국 상장기업의 저평가 문제는 고질적이다.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조차 PER 12배 수준에 불과하다.
섬유, 패션과 같은 굴뚝 업종에 대한 평가는 더욱 박하다. 세계 1위 스판덱스 제조업체 효성티앤씨의 경우 글로벌 스판덱스 호황으로 인한 호실적에도 올해 예상실적 기준 PER가 5배밖에 안되고 있다. 경쟁사 중국의 후아폰케미칼의 경우 글로벌 2위지만 중국 선전 증시에서 PER 12.5배를 인정받고 있다. 그만큼 코스피 시장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적용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코스피 시장에서 핸드백 ODM업체 제이에스코퍼러이션의 PER는 7.4배에 그치고 있다.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현대백화점 그룹 한섬조차 TIME 등 굴지의 브랜드를 보유했는데도 PER가 9배에 불과하다. 글로벌 브랜드 휠라(FILA)와 타이틀리스트를 모두 보유한 휠라홀딩스도 PER가 11배에 그친다. 조단위 매출을 내고 있는 한섬, 휠라, 영원무역, 효성티앤씨 등은 모두 PER가 11배 이하인데 이번에 신규 상장한다는 코스피 새내기 시몬느액세서리는 PER 18~22배 가격을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내민 것이다.
이번에 코스피 상장에 도전하는 시몬느액세서리는 2019년 매출액이 1조178억원, 영업이익 1351억원, 당기순이익 1061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에 매출액은 전년비 39% 줄어든 6218억원 영업이익은 65.4% 줄어든 467억원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 소비시장 회복으로 매출액이 3335억원, 영업이익은 434억원, 당기순이익 345억원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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