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첫 여성 대통령' 타이틀 가져가겠다..마크롱에 도전장 내민 두 여성 정치인
[경향신문]
프랑스에서 정반대 성향의 여성 정치인 두 명이 ‘프랑스의 첫 여성 대통령’이 되겠다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2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한 좌파진영 대표 안 이달고 파리 시장(62)과 2017년에 이어 다시 한 번 대선에 도전하는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53)가 그들이다. 당초 내년 대선은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대표의 양자 대결 구도가 유력했지만 이달고 시장이 좌파 결집에 성공한다면 3파전으로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르펜 대표는 최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것을 역이용해 자신의 정치 슬로건으로 활용하고 있다. 르펜은 이날 프랑스 남부 프레쥐에서 열린 유세에서 프랑스 과격 이슬람교도들을 겨냥해 “탈레반화한 프랑스의 일부 지역을 청소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프랑스24 등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그는 “프랑스의 탈레반화를 막겠다. 이슬람이건 아니건 프랑스의 법과 규칙, 삶의 원칙을 따라야 할 것”이라면서 “국내의 탈레반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낼 것”이라고 외쳤다. 아프간인은 물론 이슬람계 이민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반이민 전략을 다시 내건 것이다.
그는 “오만한 마크롱 대통령이 전염병을 핑계로 과도하게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코로나19 방역조치는 프랑스의 자유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날 르펜 대표는 선거 기간 동안 26세의 아들 조르당 바르데라를 당 대표 대행으로 지명하고 선거 운동에 본격 뛰어들었다. 2012년, 2017년에 이어 엘리제궁에 들어가기 위한 세번째 도전에 나선 그는 RN을 창당한 장마리 르펜의 딸이다. 아버지 역시 여러 차례 대선에 도전했으나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프랑스 전통 좌파 정당 사회당 소속인 이달고 시장도 이날부터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그는 이날 프랑스 북서쪽의 사회당 집권 지역 루앙에서 “보다 더 평등한 프랑스를 만들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나는 프랑스의 모든 어린이들이 (스페인 이주민인) 내가 누렸던 기회를 똑같이 얻기를 바란다”면서 “프랑스 사회의 분노와 분열을 바로잡고 좌파에 환멸을 느낀 저소득 근로자들의 마음을 돌리겠다”고 밝혔다.
이달고 시장의 아버지는 스페인에서 전기 기술자로 일했으며 어머니는 재봉 일을 했다. 그의 가족은 1950년대 스페인 경제가 어려워지자 프랑스 리용으로 이주했다. 그는 2014년 첫 여성 파리 시장이 되면서 잠재적 대선 후보로 부상했다. 이어 수도 파리 시내 자동차 주행 속도를 시속 30㎞로 제한하고 자전거 도로를 늘리는 등 녹색도시 캠페인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었다. 특히 젊은 사회주의자들이 이달고 시장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인 지지도에서 이달고 시장은 마크롱과 르펜에 크게 뒤진다. 마크롱과 르펜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20~24% 수준의 지지율로 각각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달고 시장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파이낸셜타임스는 “녹색당과 극좌파의 표를 모두 가져올 최적의 후보는 이달고 시장”이라면서 “프랑스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넘긴 후보가 없으면 2차 투표에서 결승 후보가 2명으로 압축되기 때문에 분열된 좌파를 얼마나 집결시키냐가 이달고 시장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랑스 대선은 내년 4월10일 치러진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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