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세'라는 친환경 탄소 ETF, 한국·미국 상품이 차이 나는 이유는

이다비 기자 2021. 9. 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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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환경·사회·기업구조) 열풍에 힘입어 친환경이 투자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투자자들은 국내외 시장에서 탄소 배출량이 적은 기업이나 탄소배출권 등을 담은 유명 ETF에 투자하고 있지만, 각 ETF 특성과 편입 자산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차이 날 수 있어 상품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다 같은 탄소 상품이 아니라는 얘기다.

일단 국내에 상장된 탄소효율 ETF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탄소배출권 ETF만 봐도 상승률 차이가 극명하다. 지난 2월 유가증권시장에 일제히 상장한 국내 자산운용사 네 곳의 탄소효율그린뉴딜 ETF 상승률은 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 ETF 상품은 고공행진 중이다.

일러스트=박상훈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탄소효율그린뉴딜 ETF의 3개월 상승률은 마이너스(-)3.04%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탄소효율그린뉴딜 ETF의 3개월 상승률도 -2.93%였다. 같은 기간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탄소효율그린뉴딜 ETF와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탄소효율 ETF 상승률도 각각 -2.81%, -2.85%였다. 최근 1개월 사이 상승률은 모두 -5% 내외로, 하락 폭이 더 가팔라졌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미국 시장에 상장된 크레인셰어스 글로벌 카본 ETF(티커명 KRBN)는 국내 탄소효율 상품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크레인쉐어즈에서 운용하는 이 상품의 지난 9일(현지 시각) 종가 기준으로 최근 3개월 상승률은 17.03%로 두자릿수에 이른다. 최근 1개월 상승률도 9.58%이며, 1년 대비 상승률은 97.44%를 기록했다.

국내외 상품들이 같은 ‘탄소’를 내걸고 있지만 상승률에 큰 차이를 보이는 건 ETF가 투자하는 상품 구조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탄소효율그린뉴딜 ETF는 쉽게 말해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을 제외하고 매출액 대비 탄소배출량이 적은 기업을 최대한 편입한 상품이다.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KRX·S&P 탄소효율 그린뉴딜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렇게 설계된 ETF다 보니 자연스레 우리나라 대기업 종목에 치중해있어 코스피200지수를 추정하는 ETF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평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매출액 대비 탄소배출량을 신경 써 관리할 수 있는 기업은 대기업”이라며 “‘탄소효율그린뉴딜’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ETF는 결과적으로 삼성전자(005930)·NAVER(035420)·LG전자(066570)·SK하이닉스(000660)·카카오(035720)·현대차(005380) 등을 제일 높은 비중으로 담고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 KODEX 탄소효율그린뉴딜 ETF 상품을 살펴보면 삼성전자가 27.29% 비중으로 담겨있다. 펀드 자금을 4분의 1 넘게 삼성전자에 투자하는 셈이다. 그 외에 네이버(3.66%)·LG화학(3.47%)·삼성SDI(3;02%)·SK하이닉스(2.8%)·카카오(2.5%)·현대차(2.31%)·기아(2.23%) 순이었다. 나머지 세 ETF도 비슷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모두 삼성전자를 27% 넘게 편입하고 있다.

반면 미 증시에 상장된 KRBN은 저탄소 기업이 아닌 탄소배출권 그 자체에 투자하는 ETF다. 탄소배출권이란 이산화탄소·메탄·아산화질소·과불화탄소·수소불화탄소·육불화황 등 6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미국·한국·중국·뉴질랜드 등에서는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시행하고 있다. 탄소배출권 선·현물 거래는 최초로 ETS를 도입한 EU 내 유럽기후거래소(ECX)에서의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KRBN은 현재까진 탄소배출권 선물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ETF로, 미국과 유럽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탄소 배출권 선물에 투자한다. KRBN은 유럽·캘리포니아·미국 북동부 탄소 배출권 선물 가격으로 구성된 IHS마킷글로벌카본지수를 추종한다. 최근 한달 새에도 KRBN에는 총 1억5116만달러(약 1764억원3400만원)가량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탄소 관련한 ETF에 투자하고 싶다면 현재로서는 미국 시장에 상장된 KRBN이 제일 직접적인 상품”이라고 말했다.

EU 탄소배출권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탄소배출권 상품에 직접적으로 투자하는 ETF가 없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곧 개인 투자자들이 탄소배출권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이르면 이달 중 탄소배출권 ETF가 출시되기 때문이다.

신한자산운용·삼성자산운용·NH아문디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탄소배출권 관련 ETF 4종은 최근 거래소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다. 국내에서 탄소배출권 ETF가 출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자산운용은 글로벌과 유럽의 탄소배출권지수를 추종하는 ETF 2종을 내놓는다. 삼성자산운용은 유럽, NH아문디운용은 글로벌 탄소배출권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각각 1종씩 상장할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탄소배출권을 앞으로도 긍정적으로 점치고 있다. 각국 정부에서 탄소 규제를 더욱 강화하기로 하면서 탄소배출권 가격이 계속 올라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장내에서 배출권은 t당 약 2만80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국가들이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제시한 이후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 내 수요 및 공급 요인들이 모두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탄소배출권 시장은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일종의 원자재가 된 탄소배출권은 2015년 1월 1일 이후 연평균 수익률이 37.8%로, 금(5.4%)과 원유(6.8%)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탄소배출권 관련 상품에 투자할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탄소배출권이 각광받고 있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금과 같이 내재가치가 없는 상품”이라며 “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보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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