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北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군사전략적 의미..'북한판 A2/AD 전략'

정충신 기자 2021. 9. 1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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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방과학원이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사거리 1500㎞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왼쪽은 지상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서 발사되는 모습. 오른쪽은 비행중인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연합뉴스
사거리 1500㎞의 국산 현무-3C 순항미사일. 북한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과 유사한 성능으로 보이지만 북한은 핵 소형화 ·경량화 능력을 향상시켜 장거리순항미사일에 이미 핵탄두를 탑재할 능력을 지녔거나 조만간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용수 “주일미군기지와 핵항모 위협…한미연합군 전시증원전력 투사 능력 크게 제한”

11일, 12일 사거리 1500㎞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는 처음…한국 현무-3C와 유사

핵탄두 탑재 시 치명적…중국의 A2/AD(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의 북한판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에 위반되는 탄도미사일 대신 미국에 저강도 무력시위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은 그보다는 북한의 유엔 대북제재의 빈틈을 파고들며 적극적인 군사전략을 구사하기 위한 새로운 차원의 전략무기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이 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대신 사거리 1500㎞에 이르는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개발에 나선 배경에 국제사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4월에 이어 올해 1, 3월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줄기차게 추진해왔으며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북한 미사일 전문가들은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과 유사한 ‘북한판 A2/AD’ 전략을 통한 전쟁 수행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략무기”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북한이 유사시 미국의 전쟁 개입을 막기 위한 한 고슴도치 전략으로 개발한 장거리탄도미사일과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이 결합할 경우 타격권에 들어오는 주일미군기지와 미군의 핵항공모함 등에 치명적 위협이 될 전략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형 장거리탄도미사일은 ‘북한판 A2/AD 전략’=조선중앙통신은 “국방과학원은 9월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발사된 장거리순항미사일들은 우리 국가의 영토와 영해 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7580초를 비행하여 1500㎞ 계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13일 전했다. 북한이 공개한 7580초는 126분으로 두 시간 넘게 순항미사일이 비행한 셈이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북한이 신형 순항미사일을 기습 발사할 경우 초기 탐지가 어려운 데다 쫓아가서 요격하기도 그만큼 힘들다”고 분석했다. 권 전 교수는 신형 순항미사일 개발의 군사전략적 의미에 대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장거리탄도미사일(ICBM)은 하늘에서 발사돼 수직으로 내리꽂히며 핵전자기펄스(HEMP) 전략무기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고, 사거리 1500㎞급 장거리순항미사일은 고도 1∼2㎞ 저고도 비행하며 수평으로 날아가 일본 내 미군 기지에 대한 동시 정밀 다차원적 공격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권 전 교수는 “장거리순항미사일은 ICBM과 함께 유사시 한·미 연합군의 전시증원전력(RSOI) 투사와 전쟁지속 능력을 크게 제한시킬 수 있는 전략무기”라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큰 틀에서 보면 중국의 ‘A2/AD 전략과 유사한 ’북한판 A2/AD‘ 전략으로 전쟁 수행능력을 추구하기 위한 전략무기”라며 “중국이 제1도련선(島連線), 제2도련선을 통해 미국 핵항모 전력 등을 차단하듯이 북한도 유사시 미국의 전시증원전력을 비롯한 주일미군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제한하기 위한 전략무기로 장거리탄도미사일과 함께 장거리순항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전문가들은 북한이 탄두중량 300∼500㎏, 직경 60∼70㎝ 탄두 소형화에 성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에 소형 핵탄두 탑재가 이미 가능하거나 조만간 가능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 탐지 실패한 듯=미사일·핵 전문가들은 북한 발표대로라면 신형 순항미사일은 우리가 보유한 사거리 약 1500㎞ 현무-3C 비슷한 성능으로, 소형 핵탄두 탑재 시 주일미군기지와 미군의 핵항공모함 등에 치명적 위협이 될 전략무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이런 북한의 장거리순항미사일을 한국 미국의 레이더나 위성으로 탐지하지 못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우리 군은 한미 정보당국 간 긴밀 공조하에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4월 14일 단거리순항미사일 발사 당시에는 당일 즉각 상세한 내용을 발표했던 군 당국이 이번에는 공개하지 않아 미사일 발사의 사전탐지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한·미가 탐지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며 “장거리순항미사일은 수면 위 1∼2㎞ 저고도로 비행하기에 지구 궤적에 의한 지구곡률(地球曲率)에 따른 음영구역 발생으로 우리 공군의 그린파인 레이더나 해군 이지스함 SPY-1D 레이더,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등 한·미가 보유한 레이더나 군사위성으로는 식별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성능은=북한 매체가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면서 공개한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발사 사진을 보면 지상의 이동식미사일발사차량(TEL)에서 발사가 이뤄졌다. 5개의 발사관을 갖춘 TEL에서 발사된 이 미사일은 1500㎞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북한은 주장했다.

한·미는 지대지 순항미사일로 분석되는 이번 미사일의 발사 지점 및 비행궤적, 탄착지점 등을 정밀 분석 중이다. 군 관계자들과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전문연구위원 등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의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은 주날개와 꼬리 부분 보조날개, 터보팬 엔진(북한 ’터빈송풍식 발동기‘ 명명), 동체 배면에 엔진 흡입구 등을 갖췄다. 미국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에도 배면 흡입구가 있어 북한이 선진국의 토마호크 기술을 상당히 모방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무-3C에는 흡입구가 없다. 전체적인 외형은 사거리 1500㎞의 현무-3C 순항미사일 및 토마호크와 유사하다. 현무-3C와 토마호크도 주날개와 보조날개가 있다. 제트 엔진과 이들 날개의 양력으로 비행한다. 이번에 공개한 지대지 순항미사일 TEL은 초대형 방사포 TEL 차량과 동형으로 분석됐다. 다만 발사관 덮개는 지대함 미사일 TEL과 같은 개폐식으로 고안했다. 발사 후 공중에서 점화되는 콜드론치 방식이 아니라 터보엔진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개폐식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장 교수는 “북한 설명대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7580초 동안 미사일 비행조정성, 말기유도명중 정확성 등과 무기체계 운용의 효과성과 실용성 확증됐다고 밝힌 것은 우리가 보유한 현무-3C와 유사한 성능의 순항미사일 개발 성공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류성엽 21세기 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현재 북한 공개보도 사진을 보면 꼬리날개는 북한과 군사기술 교류가 의심되는 중국, 러시아, 이란, 파키스탄이 보유한 순항미사일들과 그 외형과 형상이 상이하다”며 “북한이 미사일의 비행조종성과 관련한 언급을 한 것은 별도의 풍동시험을 거쳤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북한은 1월 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중장거리순항미사일을 개발했다‘고 언급한 이후 장거리순항미사일을 처음 시험발사했다. 이번 두 차례 시험을 비롯해 앞으로 전력화를 위한 최종 테스트를 거쳐 양산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만으로 정확한 재원 분석이 쉽지 않지만, 크기와 동체 등은 현무-3C보다 약간 커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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