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층·33층 아파트도 '빌딩풍' 피해"..국내 연구팀 첫 확인

이현용 2021. 9. 1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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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층 아닌 아파트도 지형지물 따라 '빌딩풍' 발생 가능
- 엘시티 강타한 빌딩풍과 상관성 연구 필요
- 예방책 없이 흐른 1년… 올해도 피해 반복 우려
(사진 = 부산대 연구팀) 작년 9월 해운대구 좌동 SK뷰, 중동 해운대힐스테이트위브에서도 빌딩풍으로 유리창이 파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빌딩풍이 강타한 부산 해운대구 초고층 빌딩 인근의 30층 안팎 규모의 다른 아파트에서도 '신종 재난' 빌딩풍의 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채널A가 오늘 부산시로부터 받은 '빌딩풍 위험도 분석 및 예방·대응 기술 개발 - 2차년도 중간보고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 해운대구 좌동 SK뷰, 중동 해운대힐스테이트위브 등 아파트 2곳에서 빌딩풍으로 인해 저층·고층부를 가리지 않고 유리창들이 파손됐습니다. 파손된 유리 파편들은 수백 미터 날아가 행인이나 다른 건물에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강원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과 함께 이번 연구를 주관하고 있는 부산대 권순철 교수 연구팀은 지난 5월 진행한 중간보고회에서 이들 두 아파트에 빌딩풍이 불어 돌과 자갈 등 비산물이 유리창이 파손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100층 규모 초고층 빌딩이 아닌, 25~33층 규모의 건물에서도 빌딩풍이 피해를 준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된 겁니다. 이들 건물의 경우 강풍이 언덕이나 담벼락을 타고 넘어 온 뒤 단지 내 비산물을 떠올려 유리창을 파손시킨 사례로, 지형과 구조물로 인해 발생한 빌딩풍입니다.

(부산시·부산대 연구팀 제공) 해운대 지역에서 추가로 확인된 빌딩풍 모식도

엘시티에서 만들어진 빌딩풍과 이들 빌딩풍의 상관 관계에 대한 연구 필요성도 제기됐습니다. 엘시티와 이 두 아파트의 직선 거리는 약 500m~1km 정도. 특히 세 건물의 최대 층고가 서로 비슷해 상층부 바람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다만, 400~500m 상공의 바람은 사람이 관측할 수 없어, 전산유체역학(CFD, Computational Fluid Dynamics) 해석을 통해 가능하지만, 이번 연구 범위에는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하층부의 경우 건물과 건물 사이 위치한 다른 건물들을 지나면서 바람이 흩어지는 만큼 영향이 적어 보입니다.

권순철 교수는 해운대 지역 빌딩풍 피해 사례는 "비산물 자체가 위험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과거 빌딩풍은 강풍이 건물에 부딪혀 외관이 파손되는 현상을 일컬었는데, 풍속이 커져 이제 자갈이나 돌들을 비산물로 만들어 건물을 강타해 직접 피해를 주는 형태로 한 걸음 나아갔다"는 얘기입니다. 이상 기후로 인해 바람의 강도가 점차 세지는 현상과도 일치한다는 설명입니다. 권 교수는 "가로수와 간판 등 구조물 뿐 아니라, 이제 비산물 위험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대안으로 해당 건물 주변에, 방풍림(防風林) 또는 이동식 방풍 펜스 등의 설치를 제안했지만,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권 교수는 "1년에 한 두번 오는 일이라 그런지 경각심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제14호 태풍 '찬투'는 현재 강한 세력을 유지하며 타이완 동북 쪽 해상에서 북상 중입니다. 내일 밤 중국 상하이 부근에서 동쪽으로 점차 방향을 틀어 이번 주 후반 제주도와 남해안 사이를 지날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기상청은 당분간 남부지방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35~60km/h, 최대순간풍속 70km/h 이상으로 매우 강한 바람이 불겠다며, 대비를 당부했습니다.

이현용 기자 hy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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