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 AI]③ 수면 패턴을 알면 보이는 신비한 꿈의 세계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2021. 9. 1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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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서울경제]

“도망치는 꿈을 꾸다 실제로 침대에서 뛰어내렸어요.”

“꿈속에서 팔다리를 격하게 움직이며 몸싸움을 했는데, 일어나보니 옆에서 자고 있던 배우자를 때렸어요.”

꿈 때문에 잠을 설쳤다며 찾아오는 환자들 가운데 이런 이야길 들려주시는 분들을 종종 만납니다. 여러분도 혹시 꿈속의 행동을 그대로 옮기다 화들짝 놀라 깨어난 적 있으신가요? 비슷한 경험이 한 번쯤 있는 분들은 렘수면운동장애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아무리 생생한 꿈을 꾼다 해도 꿈의 내용을 실제 행동으로까지 옮기진 못합니다. 꿈을 꾸는 동안 근육은 이완 상태가 되기 때문이죠. 몸에 힘이 빠져 있기에 움직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렘수면운동장애가 있을 땐 그렇지 않습니다. 이 경우 근육의 긴장상태가 지속되어 꿈속의 내용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죠. 실제로 렘수면운동장애는 드물지 않은 사례입니다. 특히 50대 후반-60대 나이에서 유병률이 높은데요. 60대 이상 인구의 2퍼센트 정도가 이 질환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뇌 퇴행성 변화가 병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질환이기에 그냥 두면 파킨슨병 혹은 치매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이를 염려해 병원을 찾는 환자분들이 실제 상당수입니다.

일러스트 제공=에이슬립

'렘수면운동장애'라는 병명에서도 짐작하실 수 있듯이 우리는 주로 '렘수면(REM)' 단계에서 꿈을 꾸게 됩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단계에서 꾼 꿈을 '기억'합니다. '비렘수면(NREM)' 단계에서도 꿈을 꾸긴 하지만, 이때의 꿈의 양상은 렘수면 때와 차이가 있죠. 비렘수면 때는 주로 단편적인 내용의 꿈을 꾸게 되지만 렘수면 때의 꿈은 무언가가 보이고, 그것들이 움직이기도 하고, 스토리가 있는 좀 더 풍부한 내용으로 구성됩니다.

이 같은 렘수면과 비렘수면 단계는 우리가 자는 동안 서로 짝을 이루어 하룻밤 새 4-5번가량 반복됩니다. 잠이 들기 시작하면 수면의 깊이에 따라 1, 2, 3단계 수면이 진행되다가 렘수면이 나타나는 식의 사이클이 생기게 됩니다. 처음 렘수면이 등장하는 시기는 보통 잠이 들기 시작한 지 90분쯤 지났을 때입니다. 렘수면 시기는 처음엔 5분 정도 지속되고, 이후 등장할 땐 그보다 더 길게 이어집니다. 그래서 새벽에 주로 긴 꿈을 꾸게 되죠.

길몽이든 악몽이든, 시시한 내용의 꿈이든 우리는 모두 꿈을 꿉니다. 이 말은 곧 꿈을 꾸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인데요. 사실 렘수면 때는 기억 및 집중력과 관련된 전전두엽 활동이 저하되기 때문에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자다가 자주 깨는 분들은 전전두엽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어 꿈을 쉽게 기억하게 되는 경향이 있죠. 얕은 잠을 잘 때 꿈을 많이 꾸게 된다거나 “잠은 하나도 못 자고 꿈만 꿨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일러스트 제공=에이슬립

꿈을 꾸는 원인에는 여러 가설들이 존재합니다.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과 함께 낮 동안 일어난 경험, 뇌의 무작위적 자극 등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죠. 꿈을 꾸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우리 삶의 일부입니다. 이런 꿈 때문에 잠을 설치지 않으려면 평소 자신의 수면 습관을 잘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병원을 찾게 되면 보통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수면의 단계별 근전도와 맥박, 수면 습관 등을 측정하게 됩니다. 하지만 수면다원검사는 한 번 받을 때마다 비용도 상당할 뿐더러 대기 및 검사에 드는 시간도 상당합니다. 현재 연구 단계에 있는 수면 AI 기기가 일상에서 활용될 수 있다면 고가의 검사를 받지 않고도 수면 관련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이 기기가 수면의 각 단계를 판독할 수 있는 기능까지 갖추게 된다면 내가 어떤 단계에서 자주 깨는지, 혹시 렘수면 단계 때 근육 긴장도가 높아지며 자주 깨는 건 아닌지 등 여러 정보를 측정할 수 있겠죠. 비디오 카메라 녹화 기능을 활용해 렘수면 때 꿈속의 행동을 그대로 옮기고 있는 건 아닌지 또한 확인해볼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개개인의 수면을 자체 관리할 수 있는 편리한 환경이 조성된다면 여러분의 수면의 질은 크게 향상될 겁니다. 불확실한 이유로 병원을 찾게 되는 수고 또한 줄일 수 있을 테고요.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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